美, 과잉생산 관세 발표 앞두고
‘대미투자 이행 압박’ 민감한 시점
美인사 접촉해온 ‘협상 한 축’ 공백
金, 美에 ‘경질·업무 무관’ 밝힐 듯
靑 “한·미 통상협상 긴밀 논의 중”
野 “李, 구체적 교체 사유 밝혀라”
미국 정부의 대미 투자 이행 압박이 거세지고, 무역법 301조 과잉생산 조사 발표가 다가오는 등 민감한 시기에 통상 실무를 총괄해 온 여한구(사진) 통상교섭본부장의 경질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부가 잘 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여 본부장 경질 다음날 미국으로 출국한 것도 미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여 본부장에 대한 경질 사유를 설명하며 미국의 이해를 구하는 동시에 관세 협상 등 양국의 통상 현안을 최대한 매끄럽게 마무리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하지만, 김 장관의 경우 통상 문제 외에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 등 국정 과제가 산적한 데다 후임자가 지명돼도 당분간 여 본부장의 공백을 온전히 메우긴 힘들다는 점에서 대미 통상 현안 대응 차질과 업무 혼선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상당하다.
16일 재계 등에 따르면 현재 한·미 관세 협상은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을 다시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한미 조인트팩트시트(JFS)’에 담긴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발표되지 않은 데 미국 측 불만이 상당하다고 한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한국 정부에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조속한 발표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연달아 보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이 한국에 추가 관세를 매길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다. 미국은 이달 말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구조적 공급과잉’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 조사에서 한국이 공급과잉 국가로 지정되면 추가 관세를 받게 된다. 이 경우 한국산 물품에 부여되는 관세가 지난해 한·미 간 합의한 15%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미국기업 차별 논란으로 번진 쿠팡 이슈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1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기업을 조직적으로 차별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미국 정부에 항의서한을 보내며 사실 바로잡기에 나섰지만, 아직 미국 정부가 오해를 완전히 풀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렇듯 대미 투자 이행과 관세 방어, 쿠팡 이슈까지 엮여 통상 협상 매듭이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여 본부장까지 물러난 것이다. 여 본부장은 그동안 협상 상대방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물론 미국 정치권 인사들도 전방위로 만나며 한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해 왔다. 그런 만큼 통상사령탑의 빈자리가 클 수밖에 없고, 향후 미국에 대한 통상 대응력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김 장관이 이날 미국으로 서둘러 향한 건 여 본부장 경질과 대미 통상 업무는 무관하다는 점을 미국 측에 이해시키면서 향후 양국 통상 협의를 원만하게 이어가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의 미국 방문은 지난달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이후 약 3주 만으로, 통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하게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현지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 추진과 미국의 과잉생산 관련 관세 조치에 대한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대미 통상 협상 공백을 우려하며 정부에 여 본부장의 경질 사유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익을 걸고 외국과 협상하는 핵심 자리를 구체적인 이유조차 밝히지 않은 채 공석으로 만들어도 되는 것이냐”며 “대미 통상 협상의 한복판에서 통상 사령탑을 대안도 없이 교체한 이유를 국민 앞에 명확히 밝히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트럼프 정부에서 대미 투자 관련 압박이 나온다는 기사가 나오는 와중에 정부가 여 본부장을 경질했다”며 “경질 사유와 관계없이 미국 측에서는 오해할 수밖에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는 한·미 통상 협상이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소문이 돌자 해명에 나섰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미국 정부가 대미투자를 서두르지 않으면 상호관세를 올리겠다는 ‘최후통첩’을 했다는 언론보도를 두고 “한·미 간 전략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긴밀히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미 통상 현안과 관련해 정부 내에서도 수시로 긴밀히 소통하면서 대응 중”이라면서도 “양국 간 구체적 논의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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