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44년 역사에서 유일한 4할 타자로 남은 백인천 전 감독이 15일 오전 6시41분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3세.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이날 경기에 앞서 팬들과 함께 고인을 추모할 계획이다.
◆ 광복절 아침 떠난 ‘불멸의 4할 타자’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백 전 감독은 전날 오전 6시쯤 천안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
심폐소생술 끝에 혈압과 맥박을 되찾았지만 위중한 상태가 이어지자 평소 정기 치료를 받던 단국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하루 동안 사투를 벌이다 끝내 눈을 감았다.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 시절 처음 뇌경색을 앓은 뒤 고인은 여러 차례 같은 병으로 쓰러졌다.
KBO는 한국 야구 발전에 헌신한 고인의 공적을 기려 장례를 역대 두 번째 KBO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첫 KBO장의 주인공은 이용일 전 총재대행이었다. 장례위원장은 김소식 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이 맡았고 KBO와 유족이 공동 상주로 나선다.
빈소는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7일 오전이다.
◆ 이승엽 “더 큰 꿈을 꾸게 해주신 분”
이승엽(49)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은 은사가 세상을 떠난 15일 인스타그램에 긴 추모 글을 올렸다.
이 전 감독은 “갓 스무 살을 넘긴 저에게 감독님께서는 ‘너는 한국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에도 진출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고 적었다.
이 전 감독에 따르면 어느 날 백 전 감독이 “너는 어떤 타자가 되고 싶니”라고 물었다.
이 전 감독이 망설임 없이 “홈런타자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답하자 백 전 감독은 한두 가지를 바꿔야 한다고 했고, 두 사람의 훈련은 그날 시작됐다.
이 전 감독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연습 방법, 혹독한 훈련, 그리고 제가 조금이라도 나태해질 때마다 누구보다 엄하게 꾸짖어 주셨던 감독님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그 훈련 끝에 자리 잡은 것이 이 전 감독의 초창기 타격 자세인 ‘외다리 타법’이다.
이 전 감독은 1997년 홈런 32개에 타점 114개, 안타 170개로 타격 3개 부문을 휩쓸며 최연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2003시즌을 마친 뒤에는 스승이 말한 대로 일본 무대를 밟았다.
이 전 감독은 “현실적으로 제가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실행해 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감독님께서는 제가 더 큰 꿈을 꾸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신 정말 소중한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님,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마시고 하늘나라에서는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며 “감독님께 배운 것들과 감독님께서 제게 심어주신 자신감은 평생 잊지 않겠다”고 적었다.
◆ ‘노력자애’ 새기고 걸어온 한일 23년
고인을 야구사에 새긴 기록은 타율 0.412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MBC 청룡에서 감독 겸 선수로 뛰며 72경기에서 남긴 이 성적은 44년이 지난 지금까지 KBO리그 유일의 4할 타율로 남아 있다.
KBO는 고인의 좌우명인 ‘노력자애(努力自愛)’와 생전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명복을 빌었다.
스스로 노력하는 일을 사랑해야 고통을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고인이 야구 인생 내내 붙들었던 말이다.
고인은 1942년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때 월남했다.
경동중과 경동고에서 포수로 야구를 배워 1961년 실업 야구 농협에 입단했고, 이듬해 자유계약으로 일본 도에이 플라이어스(현 닛폰햄 파이터스)에 진출했다.
다이헤이요 라이온스(현 세이부 라이온스)와 롯데 오리온스(현 지바 롯데 머린스), 긴테쓰 버펄로스를 거치며 1981년까지 일본에서 뛰었다.
다이헤이요 시절인 1975년에는 타율 0.319로 퍼시픽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일본 통산 성적은 1969경기 타율 0.278, 1831안타, 209홈런이다.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온 고인은 1983, 1984년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두 시즌을 더 뛰고 한일 통산 23년의 현역 생활을 마쳤다.
1985년 청보 핀토스 타격 지도자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고인은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재창단한 LG 트윈스의 초대 사령탑을 맡아 ‘혼(魂)의 야구’를 앞세워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이후 삼성(1996, 1997년)과 롯데 자이언츠(2002, 2003년) 지휘봉을 잡았고 삼성과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는 타격 지도자로 후배들을 가르쳤다.
고인과 인연이 깊은 LG는 “1990년 LG 트윈스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백인천 전 감독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고인의 노고와 열정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밝혔다.
kt wiz도 “KBO리그 레전드 백인천 전 감독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며 고인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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