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언어·수사 흐름 잘 알아” 홍보
최근 6년동안 이직자 148명 달해
과장·팀장급 해당 경감 49% 최다
변호사 자격 퇴직자 취업심사 제외
이해충돌 소지·수사 중립성 우려
경찰선 사건 관계인 접촉 금지령
“34년간 수사경찰로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공직 경력을 이어왔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의 정확한 진단과 차별화된 전략 수립에서 독보적인 대응 역량이 강점.”
한 중형 법무법인은 최근 경찰 출신인 A 전문위원을 영입했다며 이 같은 홍보자료를 냈다. 중간간부급인 경감을 지낸 A 전문위원의 프로필에는 “수사기관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과 메커니즘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수사 단계에서 초기 대응이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베테랑의 시각에서 의뢰인의 상황을 명확히 진단해 드리겠다”고 적혔다.
4일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검찰청 폐지를 약 2개월 앞두고 과거 판·검사를 대상으로 이뤄지던 로펌의 ‘전관 영입’이 ‘전경(前警)예우’로 바뀌고 있다. 참여연대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7월까지 로펌으로 이직한 경찰 퇴직자는 148명이다. 퇴직 시의 직급은 주로 일선 서 과장·팀장급에 해당하는 경감이 49.3%(73명)로 가장 많았고, 경위(26명), 경정(22명), 총경(20명)이 뒤를 이었다.
이는 오는 10월2일 시행을 앞둔 개정 형사소송법의 파급효과다. 수사가 경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알고 내부 인맥이 두터운 경찰 출신들의 몸값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경찰대 출신 전문 로펌’을 자처한 B 법무법인은 “형사 사건은 초동수사가 사건의 90%를 좌우한다. 초동수사부터 전략적으로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경찰 언어와 수사 흐름을 가장 잘 아는 변호사”라고 로펌을 홍보하고 있다. C 법무법인은 “경찰 수사 경력 10년 이상의 파트너 4인이 직접 조사 단계부터 판결까지 사건을 원스톱으로 설계한다. 수사기관의 논리를 예측하고 맞는 전략을 선제적으로 준비한다”고 내세웠다.
대형 로펌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법무법인 YK가 영입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20명, 경찰 출신 전문위원은 54명에 달한다. 법무법인 율촌은 올해 유진규 전 인천경찰청장(치안정감)을 고문으로, 한원횡 전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장(총경)을 소속 변호사로 영입했다. 법무법인 화우는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계장을 지낸 신재문 변호사 등 경찰 출신 8명을 영입했다. 화우는 경찰 출신 30여명으로 구성된 팀 규모를 내년엔 50명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과거보다 확실히 경찰 출신 영입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아무래도 전문위원의 경우는 역할이 한정적이다 보니 로펌 측에선 경찰대 출신을, 그보다는 경찰 출신 변호사를 선호한다”며 “수사 종결권이 검찰에서 경찰로 옮겨지니 경찰 출신들 몸값이 확실히 높아졌고, 로펌을 골라서 간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퇴직 후 취업제한과 수임제한 규정을 둔 판검사들과 달리 경찰 전관, 특히 변호사 자격이 있는 경찰은 취업심사의 사각지대에 있다. 변호사 등 전문자격을 보유한 경찰이 법무법인 등 관련 직종에 취업하는 경우 취업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 퇴직자의 잇단 로펌행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이해충돌 소지와 함께 수사 중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경찰에서도 경계령이 내려지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직원들에게 로펌 등 사건 관계인과 사적으로 접촉하거나 사건 문의를 받지 말 것을 지속해 당부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제도적 대비책을 철저히 갖추지 않을 경우 이해충돌과 경찰 수사 공정성 침해가 상시 구조화될 위험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에서도 지난 3월 변호사 자격이 있는 경정 이상급 퇴직 경찰이 취업 제한 기관에 갈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에선 아직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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