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16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서울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당시 회의에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여 함께 대응 마련에 나섰다.
관계기관들이 참여해 마련한 보완방안에는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관련 광고와 이벤트성 마케팅을 즉시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인투자자가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새로 사거나 추가 매수할 때 필요한 기본 예탁금은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주식·채권 등 대용증권은 인정하지 않고 현금만 인정하기로 했다. 매매수량 단위는 1좌에서 20좌로 확대되고, 유동성공급자(LP)의 괴리율 관리 의무는 3%에서 2%로 강화됐다. 신규 상장 중단과 광고 금지는 이날부터 즉시 시행됐고, 기본 예탁금 강화는 당초 8월5일에서 7월31일로 앞당겨 시행됐다.
이 같은 규제의 배경에는 상품 출시 50일 만에 나타난 과열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지난 5월27일 국내 주식시장에 처음 상장됐다. 현재 8개 자산운용사가 16개 종목의 ETF를, 1개 증권사가 2개 종목의 ETN을 상장·거래 중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6개 ETF의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4조4000억원에서 지난달 15일 11조9000억원으로 7조5000억원 늘어 전체 ETF의 약 2.5%에 이르렀다. 하루 거래대금은 같은 기간 10조4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늘었고, 전체 ETF 거래대금의 38.2%가 이들 상품에 집중됐다. 5월27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이들 상품의 일평균 회전율은 126.9%로 전체 ETF 시장(42.7%)의 세 배에 달해 초단타 거래가 몰렸다.
이런 쏠림은 증시 변동성으로 이어졌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6월9일 종가 91.23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89.30)을 넘어선 뒤 24일에는 97.78까지 치솟았다. 코스피 서킷 브레이커(20분간 매매 중단)는 6월에만 세 차례(8·23·26일) 발동됐고, 상장일인 5월27일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넉 달여간 아홉 차례나 돼 제도 도입 이후 최대 발동을 기록했다. 전체 코스피 시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루에만 10% 넘게 오르내리자 기초자산의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개인의 손실은 더 커졌다. 날마다 수익률을 다시 계산하는 ‘음의 복리’ 효과가 겹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14종의 최근 한 달 평균 하락률은 4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주가 급락의 일차적 원인을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 충격으로 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이를 증폭한 요인이라는 데 대체로 무게를 싣는다. 변동성은 반등에서도 확인됐다. 보완방안 시행일인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7.91%(1001.89포인트) 오른 6595.45로 마감해 종가 기준 46년 만의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빅테크의 호실적으로 AI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삼성전자가 26.81% 폭등했고, SK하이닉스는 상승 제한폭이 30%로 확대된 이래 처음 상한가로 마감했다. 당시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5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6조7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가 급등으로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도 일부 만회됐으나, 코스피는 여전히 사상 최고치(938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을 흔든다는 논란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2022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됐고, 테슬라·엔비디아 등 기술주를 기초로 한 상품이 빠르게 늘었다. 미국에 상장된 레버리지 ETF의 총자산은 올해 들어 사상 최대인 1980억달러를 기록했는데, 몇 달 새 55% 급증했다. 이 중 500억달러 이상이 반도체 펀드에 몰려 있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미국에서 레버리지 ETF의 일일 리밸런싱 규모가 올해 초 이후 약 네 배로 늘어 하루 약 500억달러에 이르렀고,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선물 전체 거래의 약 1.6%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레버리지 상품의 작동원리 자체가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버리지 ETF는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자산의 가격이 오르면 더 사고, 반대로 내리면 더 팔아야 하는 ‘쇼트 감마’(기초자산 변동 시 헤지 물량이 늘어남) 구조다. 이에 따른 주식 매매는 대개 장 마감 직전에 몰려 종가 부근의 급등락을 키운다. 블룸버그의 매크로 전략가 사이먼 화이트는 이런 구조가 미국 증시의 변동성을 증폭하고, 시장 감마가 더 자주, 더 깊게 마이너스로 진입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상쇄 효과를 지적하는 견해도 있어 미국에서도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의 주된 원인으로 단정되지는 않는다.
때마침 전 세계 증시는 반도체·AI발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 지난달 2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하루 6.7% 급락해 코로나19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인텔 주가는 7거래일 만에 21% 하락하기도 했다.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고도 설비투자 확대 계획을 함께 밝히자 주가가 3% 넘게 내렸고, 미국 25대 반도체 기업을 추종하는 SMH ETF는 한 달 새 9%대 하락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조정의 성격을 수요 부진이 아니라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진단한다. AI 투자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내년까지 대부분 매진 상태여서 이를 근거로 ‘중간 사이클 조정’이라는 반론도 상당히 힘을 얻는다.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을 뒤흔든 전례도 있다. 2018년 2월 미국에서는 인버스 변동성 상장상품인 크레디트스위스 XIV가 하루 만에 97% 폭락했고, 프로셰어스 SVXY와 REX의 VMIN도 각각 91%, 87% 내렸다. 이들 상품이 시장 중립을 유지하려고 변동성 선물을 대거 사들이면서 가격을 더 밀어 올렸고, 자산 감소와 추가 리밸런싱이 악순환을 이룬 ‘볼마겟돈’(Volmageddon) 사태를 빚었다. 볼마겟돈은 변동성(volatility)과 아마겟돈(armageddon)의 합성어로, 단기 옵션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폭락 장이 펼쳐졌다. 결국 XIV는 상장폐지됐고, SVXY 등은 존속을 위해 레버리지 배율을 낮춰야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운용사 그래닛셰어스가 AMD 주가 급등 하루 만에 3배 쇼트 상장상품을 청산하기도 했다. 쇼트 상품은 대상 자산(주식, 채권, 원자재, 지수 등)의 가격이 내려갈 때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다.
변동성이 깊어진 장세와 관련해 각국의 대응 방식은 엇갈린다. 홍콩은 레버리지 상품 자체를 허용하되 안전장치를 보강하는 쪽이다. 기초주식은 시총·유동성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레버리지 등락은 하루 ±2배로 제한했다. 기초주식 거래가 정지되면 연계 상품도 함께 멈추도록 했다. 일본은 아예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두지 않고 지수형 상품만 운용한다. 미국은 투자상품을 폭넓게 허용하되 사후 감독에 무게를 두는데, 2018년 볼마겟돈 이후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규제국(FINRA)은 수익구조가 복잡한 상품과 레버리지·인버스의 위험이 개인투자자에게 충분히 고지됐는지 조사하고 판매 요건을 강화했다.
우리나라 규제 강도는 주요국보다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려면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고 8문항의 객관식 시험을 치러야 한다. 투자 위험을 고려한 한국 금융당국의 신중한 접근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규제도 변동성은 확대는 막지 못했다. 더불어 규제의 부작용도 관찰된다. 금융당국이 기본 예탁금 규제를 해외 상품까지 확대하자 규제 대상이 아닌 미국 반도체지수 3배 ETF(SOXL) 등으로 개인 매수가 옮겨가는 ‘풍선효과’ 조짐이 나타났다.
향후 증시 정상화의 관건은 수요를 진정시키되 시장 기능을 해치지 않는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6일 조치를 내놓고 ‘금지’가 아닌 ‘보완’으로 규정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국내외 규제 비대칭 해소와 투자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도입된 취지 자체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매매단위 확대와 예탁금 강화가 거래 회전율을 낮춰 쏠림을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과 규제를 피해 지수형·해외 상품으로 수요가 옮겨갈 뿐이라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결국 상품 설계 단계의 안전장치 마련, 장 마감에 집중됐던 레버리지 리밸런싱 주문의 분산 집행, 기초자산 요건 강화 등 구조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후 시장 급변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배율을 한시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긴급조치권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의 가변 배율 지침을 참고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개인별 투자 한도(계좌 자산의 20% 수준)와 모의거래 의무화도 함께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레버리지 ETF는 그 자체로 선악으로 규정될 상품이 아니다. 마진 계좌(증권사 등으로부터 돈이나 주식을 빌려서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된 금융 계좌) 없이 단기 전망을 표현하거나 하락장에서 헤지 도구로서의 효용은 분명하지만, 매수 후 장기 보유에는 구조적으로 불리하고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이를 증폭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이번 레버리지 사태가 남긴 교훈은 규제의 강도보다 설계의 정교함일 것이다. 같은 상품을 두고도 홍콩은 배율과 기초자산 등에 대한 안전장치로, 일본은 상장 자체의 제한으로, 미국은 사후 감독으로 각각 대응한다. 선진 자본시장이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은 결국 하나다. 투자자에게 선택권을 넓혀주되 이것이 시장 전체를 위태롭게 하지 않도록 상품의 뼈대부터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보완방안이 규제와 혁신 사이의 균형을 시험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 협력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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