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피해 보령항으로 옮겼는데 추가 운항비 지급안해 비용분쟁
중부발전도 계선윈치 마찰·트립 확인해 개선, 갈등 끝내 법정으로
한국중부발전 신서천발전본부가 석탄운반선의 안전한 입·출항을 위해 운영하는 예인선 정계지의 안전성 문제를 수년째 해결하지 못하면서 해상안전 논란에 이어 ‘갑질’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정계지를 정상적으로 이용하지 못한 예인선 업체가 해상사고 위험을 피해 수십㎞ 떨어진 보령항으로 대기 장소를 옮기면서 추가 운항비가 발생했지만, 이를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 중부발전과 업체가 결국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부발전은 앞서 정계지 안전성 확보 지연 등에 따라 발생한 추가비용을 지급하기로 업체와 합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설치한 계선윈치에서도 실제 운전 과정에서 계류로프 마찰과 설비 트립 현상이 발생해 중부발전이 개선조치를 한 사실도 자체 공문에서 확인됐다.
◇ 2021년부터 제기된 ‘안전한 정계지’ 문제
30일 세계일보 취재와 관련 문서 등에 따르면 신서천화력 예인선 정계지 안전성 문제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예인선 업체 신성마린은 2021년 5월 중부발전 본사와 ‘예선정계지 계류안전성 대책 협의회’를 열었다. 같은 해 8월에는 정계지 기본설계 보고서까지 마련됐지만 시설개선공사는 예산 문제 등으로 지연됐다는 게 업체 측 주장이다.
문제는 정계시설을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예인선이 안전하게 대기할 곳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성마린은 신서천화력부두 전면 해상에 예인선을 장기간 투묘한 채 대기했다. 대형 석탄운반선 등의 입·출항이나 비상상황 발생 때 즉각 투입하기 위해서다.
신서천화력에 들어오는 석탄운반선은 2만t급으로, 한 번에 통상 1만5000~1만8000t의 석탄을 싣고 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대형 화물선의 안전한 입·출항을 지원하는 예선 작업은 월평균 7~8차례 이뤄진다. 예인선이 발전소 연료 수급과 전용부두의 안전한 운영에 사실상 상시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예인선이 대기한 해역에는 다른 선박의 통항이 이어져 접촉·추돌·충돌 등 해양사고 우려가 제기됐다. 업체는 이 같은 위험을 호소하며 정계시설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결국 신성마린은 보령해경 등과의 안전 관련 협의를 거쳐 지난해 7월 14일부터 예인선 대기 장소를 보령항으로 옮겼다.
◇안전 피해 옮겼더니…왕복 6시간 ‘추가 운항’
안전을 위해 예인선을 옮기자 이번에는 거리와 시간이 고스란히 비용으로 돌아왔다.
보령항 예인선 정계지에서 신서천화력 전용부두까지 예인선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편도 약 3시간 가량이다. 예선 작업을 위해 보령항에서 출발해 신서천화력까지 이동하고 작업을 마친 뒤 다시 보령항으로 돌아오면 왕복 이동에만 약 6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월평균 7~8차례 예선 작업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이동시간만 한 달에 약 49~56시간에 달한다.
신서천화력 인근에 정상적인 정계지가 확보돼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장거리 운항이다. 이 과정에서 선박 연료비와 선원 인건비 등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예인선은 대기 장소가 바뀐 뒤에도 신서천화력에 입·출항하는 석탄운반선의 예선 업무를 계속 수행했다.
중부발전과 신성마린은 결국 지난해 10월 추가비용 지급 등에 합의했다.
관련 합의서에 따르면 중부발전은 보령항을 임시 정계지로 이용하면서 발생한 추가비용 5억 7174만 3354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계선윈치 설치공사 지연이나 파손, 정계시설 설비하자 등으로 계류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후 발생하는 비용도 별도로 정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정계지 문제가 이후에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으면서 추가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신성마린은 지난 4월 중부발전에 공문을 보내 지난해 12월1일부터 올해 3월31일까지 발생한 추가비용 정산을 요구했다. 업체는 양측이 체결한 합의서의 계선윈치 설치 지연 및 계류안전성 확보 관련 조항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4년 만의 계선윈치도 ‘마찰·트립’ 안전성 논란
더욱 주목되는 것은 어렵게 설치된 계선윈치에서도 실제 운전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중부발전은 지난 5월27일 신성마린에 보낸 공문에서 조위차와 파랑, 풍속 등 해상조건에 따라 실제 운전 중 계류로프의 클로즈드 초크 마찰과 오토텐션 운전 시 설비의 예민성에 따른 트립 현상이 확인돼 개선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부발전은 해당 계선윈치가 무인 완전자동화 설비는 아니며 선박 측에서도 필요할 경우 리모컨으로 윈치를 작동하고 계류삭 관리 인력을 통해 적정 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개선작업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양측의 갈등은 법정으로 번졌다.
신성마린은 정계시설의 안전성 문제로 보령항을 임시 정계지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발생한 추가비용을 중부발전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부발전과 추가비용 지급 등에 대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민사소송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예인선의 안전한 정계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발생한 비용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예선업체에 부담시키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도도 정계시설의 소유와 일차적인 안전관리 책임은 중부발전에 있다는 입장이다.
◇충남도 “1차 안전관리 책임은 중부발전”
충남도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서천화력 전용부두와 정계시설의 소유자는 한국중부발전이고 시설물 안전관리의 일차적인 책임도 중부발전에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신서천화력 부두와 부대시설은 전원개발 관련 법률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아 조성된 시설이어서 충남도나 서천군이 직접 시설개선을 강제할 권한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충남도는 최근 서천군에 시설물 안전관리를 위한 행정적 협조를 요청했다.
도 관계자는 “직접 강제할 권한은 없지만 충남에 있는 시설인 만큼 재난·안전 측면에서 필요한 협조 요청 등의 행정적 역할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정계지 안전성 문제와 시설개선 지연 이유, 추가비용 지급 및 소송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한국중부발전과 신서천발전본부에 수차례 답변을 요청했으나 중부발전 측은 소송 중인 사안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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