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열망과 꿈 존중해” 밝혀
반정부 집회 취소… ‘축제’로 돌변
인도 전역에 걸친 이른바 ‘젠지’(Z세대) 젊은이들의 시위를 촉발한 의대 입시 비리와 관련해 교육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지고 결국 사퇴했다.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주도한 일명 ‘바퀴벌레국민당’(CJP) 회원들이 승리를 자축하며 일단 일상으로 돌아간 가운데 큰 타격을 입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권의 앞날에 이목이 집중된다.
25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다르멘드라 프라단(57) 인도 교육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프라단은 “청년들의 열망과 꿈, 기대를 존중한다”며 “지난 며칠 동안의 사건들로 인해 고통을 느꼈다”고 퇴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국가의 통합을 유지하고, 단 한 명이라도 인도 학생의 미래가 ‘사법 리스크’에 의해 제약되지 않으며, 오직 학업에 전념하고 경력을 쌓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자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프라단이 물러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거리에 모여 있던 CJP 시위대는 “우리가 해냈다”고 환성을 질렀다. 예정된 반정부 집회 개최는 취소되고 젊은이들이 모인 현장은 축제 무대로 바뀌었다.
프라단의 사임은 예상된 것이었다. 이틀 전인 23일 모디 총리는 SNS 글에서 “시험지 유출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신속하고 엄격한 처벌을 뒷받침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의대 입시 비리 정황이 불거진 뒤 모디 총리가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게 처음이었다.
모디 총리는 신설될 ‘특별재판부’를 “패스트트랙 법원”(fast-track courts)이라고 불렀다. 일반 형사 사건보다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 신속히 판결을 선고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사태 피고인들 심리를 목적으로 설치된 한국의 ‘내란 전담재판부’와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의대 수험생 등이 마음에 입은 상처를 의식한 듯 모디 총리는 “우리 젊은이들의 장래를 해치려는 사람들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 젊은이들의 복지와 미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다독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도에서 의사는 최고의 인기 직업이다. 올해도 인도 전역의 5000개 수험장에서 학생 약 220만명이 의대 입학 시험에 응시했다. 그런데 시험 문제 출제에 관여한 이들이 지인의 자녀 등에게 몰래 문제 일부를 알려준 사실이 들통났다. 수험생들은 시험 결과 무효화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시위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이 ‘바퀴벌레’란 표현을 써 가며 직업이 없는 청년들을 조롱한 사실이 알려졌다. 칸트 대법원장은 뒤늦게 “내가 말한 바퀴벌레는 조작되거나 가짜인 학위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라고 해명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인도 젊은이들은 바퀴벌레를 자처하는 의미로 CJP를 결성한 뒤 반정부 시위에 돌입했다.
이들은 바퀴벌레 모양의 가면을 얼굴에 쓴 채 집회에 참석해 “나는 바퀴벌레”라고 외쳤다. 인스타그램에서 순식간에 2600만명의 팔로워를 끌어모을 만큼 커다란 호응이 뒤따랐다. 시위대는 인도 교육 시스템 개혁, 시험지 유출 관계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 그리고 교육장관 사임을 요구했다.
프라단이 사표를 낸 직후 CJP 지도부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나머지 두 가지 요구 사항의 이행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BBC는 “시위 현장을 취재하며 만난 젊은이 상당수가 ‘모디 총리 지지를 철회했다’고 말했다”면서 이번 사태가 2014년 이후 12년 넘게 집권 중인 모디 총리의 정치적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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