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3월22일부터 8일간 이어진 경북 산불로 거의 10만㏊(약 3억200만평) 넓이의 임야가 소실됐다. 1986년 이후 집계된 산불 통계 가운데 역대 최대 피해 면적에 해당한다. 당시 5500명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후 1년4개월 가까이 지났는데도 주택 복구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최근까지 상당수 이재민들이 컨테이너처럼 생긴 임시 조립식 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1년4개월이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닌데 그동안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무엇을 했는지 따져 묻고 싶다.
17∼19일 사흘 동안의 제헌절 연휴 기간 경북 안동에만 비 230㎜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연휴를 앞두고 경북 강수량으로 50∼150㎜를 예상했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충청 지역은 최대 300㎜ 이상 폭우가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주의를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막상 안동, 영주, 의성 등 경북 북부 지역에 예보보다 훨씬 많은 비가 쏟아지며 수해로 이어졌다. 기후변화로 기상 이변이 속출하는 시대라 기상청 날씨 예측도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요즘 극한 호우는 지역 주민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 만큼 기상청이 좀 더 정확한 예보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지울 길이 없다.
안동 일직면 귀미리에는 산불 이재민을 위한 임시 조립식 주택이 밀집해 있다. 이번 폭우에 해당 주택들이 토사와 함께 떠내려가며 이재민 일부가 임시 보금자리마저 잃고 말았다. 지하로 튼튼히 뿌리를 내린 일반 주택들도 급류 앞에선 안전을 장담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물며 그냥 땅바닥 위에 놓인 임시 주택들이 세찬 비로 불어난 물줄기에 취약한 것은 당연하다. 산불 이재민들은 언론에 “물에 둥둥 뜬 컨테이너 집들이 서로 부딪혀 엉켰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하늘이 우릴 버린 모양”이라고 탄식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앵커볼트(Anchor bolt)는 임시 조립식 주택을 땅에 고정하는 데 쓰인다. 22일 경북도에 따르면 안동의 산불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조립식 주택 641동은 전부 앵커볼트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안동 외에 의성(37동), 청송(20동), 영양(34동) 등의 임시 조립식 주택도 앵커볼트 미설치 상태라고 한다. 이러니 물폭탄과 만나 쉽게 떠내려가며 거주자들을 위협에 빠뜨린 것 아니겠는가. 안동시 관계자는 “(산불) 당시엔 임시 주택을 수개월 쓴 뒤 철거하는 가설 건축물로 판단했고, 하루빨리 이재민들이 입주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는 말로 앵커볼트 설치를 생략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혀만 끌끌 찰 뿐이다. 산불 이재민들을 버린 것은 하늘이 아니고 중앙 정부와 지자체였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현직 감사위원 구속](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22/128/20260722526015.jpg
)
![[세계포럼] 성장정책으로 회귀하라](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04/128/20260304519968.jpg
)
![[세계타워] 트럼프·인판티노의 ‘위험한 콜라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1/128/20260401521787.jpg
)
![[한국에살며] 한국의 ‘셀프서비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22/128/20260722525838.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