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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라고 가볍게 넘긴 가려움증… 전신질환 신호일 수도”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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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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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센터장

노화로 피부 건조해지면 가려움 늘어
만성 가려움증 노년 평생 유병률 40%
피부질환 아닌 간·신장 등 문제일 수도

알레르기·생활 환경 등 발생원인 다양
하나의 약으로 모든 가려움 해결 못해
피부 병변 있으면 조속히 치료 받아야

“하루라도 안 가렵게 사는 게 소원이에요.” 99세 A씨는 가려운 몸을 긁느라 매일 밤잠을 설쳤다.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한약까지 써 봤지만 증상은 잡히지 않았다. 가려움증의 원인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탓이었다. 단순 노인성·건조성 가려움증으로 여겨져 약물치료를 반복했지만 정밀 평가 결과 노년기에 드러난 아토피 소인이 확인된 것이다. A씨는 나이와 신장 기능을 고려한 낮은 용량의 표적치료를 받은 뒤 최근 100세 생일을 가렵지 않은 상태로 맞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고령화와 함께 만성 가려움증 환자가 늘고 있다. 노화로 피부가 건조해지고 감각신경에 변화가 생기면 가려움이 흔해질 수 있지만, 모든 가려움증을 노인성 증상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피부질환은 물론 약물 부작용, 간·갑상선 질환, 자가면역질환, 드물게 혈액질환까지 원인이 다양하다. 김혜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장은 19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노인이 가렵다고 하면 노인성 가려움증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안에는 피부질환과 전신질환에 의한 가려움증이 섞여 있을 수 있다”며 “오래된 가려움이라도 정확한 진단명을 찾으면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게 만성 가려움증을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와 진료가 필요한 신호를 물었다.

 

―가려움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6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가려움증의 평생 유병률은 10% 안팎으로 알려져 있으며, 노년층에서는 40%까지 올라간다. 고령화와 함께 만성 가려움증 환자가 늘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노화 자체로도 피부의 피지 분비와 천연보습인자가 줄고, 피부 장벽 기능이 떨어진다. 감각신경에도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등 부위 등이 가려울 수 있다. 문제는 노인이 가렵다고 하면 ‘원래 나이 들면 그렇다’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만성 가려움증은 접촉 알레르기, 아토피피부염, 건조성 습진, 두드러기 같은 피부질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지만 간·신장·갑상샘 질환, 당뇨병, 철결핍성 빈혈, 자가면역질환, 신경계 질환, 드물게 림프종 같은 혈액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약, 소염진통제처럼 흔히 쓰는 약도 경우에 따라 가려움증과 관련될 수 있어 노인은 복용 약물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단순 건조증이나 노화 현상으로 넘기다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치료만 반복하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가려움증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가려우면 긁게 되고, 반복적으로 긁으면 피부 장벽이 손상된다. 장벽이 무너지면 외부 자극에 더 민감해지고 염증 반응이 증폭된다. 감각신경도 예민해져 작은 자극에도 더 가렵게 느끼는 상태가 된다. 이 과정이 이어지면 피부가 두꺼워지는 태선화나 결절성 양진처럼 오돌토돌한 병변이 생길 수 있다. 이 단계가 되면 병변 자체가 다시 가려움을 유발한다. 처음에는 원인을 찾고 적절히 치료하면 조절할 수 있었던 가려움증이 방치되면서 더 치료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여러 병원을 다녀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가려움증은 흔하지만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증상만 보고 약을 반복하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같은 접촉피부염이라도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 물질은 사람마다 다르고, 직업이나 생활환경, 매일 쓰는 제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원인을 찾으려면 언제부터 가려웠는지, 어느 부위가 가려운지, 어떤 때 심해지는지, 어떤 약을 먹는지, 어떤 화장품·샴푸·세제·염색약을 쓰는지 자세히 봐야 한다. 피부 병변이 있으면 조직검사나 첩포검사를 하고, 피부 병변이 없거나 긁어서 생긴 2차 병변만 있는데 가려움이 심하면 혈액검사로 간·신장 기능, 갑상샘 기능, 당뇨, 빈혈, 염증 수치 등을 확인한다. 검사 과정에서 약물 조정이 필요하거나 갑상샘질환, 간담도질환, 자가면역질환 같은 이상 소견이 확인되면 해당 진료과와 함께 협진이 필요하다.”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에서 김혜원 센터장이 가려움증의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제공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에서 김혜원 센터장이 가려움증의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제공

―생활용품이나 보습제가 오히려 원인일 수도 있나.

“그렇다. ‘좋다’고 생각해서 바르는 제품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보습제를 바르면 처음에는 촉촉해지는 것 같지만, 특정 향료나 방부제, 식물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시간이 지나 발진과 가려움이 악화될 수 있다. 유기농 제품이나 허브·식물 성분이 들어간 제품도 알레르기 측면에서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니다. 자연 유래 향료든 합성 향료든 특정 성분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접촉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염색약 성분, 향료, 방부제, 계면활성제, 금속, 고무, 화장품·샴푸·세제 성분 등은 첩포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오래 치료해도 낫지 않는 습진이나 가려움증에서는 생활 속 접촉 물질을 확인해야 한다.”

―치료는 과거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나.

“과거에는 가려움증 자체를 겨냥하기보다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처럼 염증이나 면역 반응을 넓게 억제하는 치료가 많았다. 최근에는 가려움증의 원인과 기전에 맞춘 치료제가 나오고 있다. 두드러기처럼 히스타민이 중요한 질환에는 항히스타민제가 도움이 되고, 염증과 태선화가 동반된 병변에는 국소 스테로이드제나 비스테로이드성 면역조절 연고를 쓸 수 있다. 일부 환자에게는 신경병증성 통증에 쓰는 약제나 가려움 신호 전달을 조절하는 약제가 도움이 된다. 중증 아토피피부염이나 결절성 양진 등에는 JAK 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같은 표적치료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하나의 약으로 모든 가려움증을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치료의 출발점이다.”

―생활 속에서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피부 자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뜨거운 물로 오래 씻거나 때를 미는 행동, 과도한 세정제 사용, 향이 강한 제품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미지근한 물로 짧게 씻고, 씻은 뒤 바로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만 보습제도 무조건 많이 바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겨울에는 전기장판이나 온수매트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어 건조성 습진을 심하게 할 수 있다. 땀과 먼지, 자극적인 섬유 제품을 피하고 실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려움이 언제 심해지는지, 먹은 음식과 복용 약, 사용한 화장품·세제 등을 기록하는 가려움증 일기도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가려움증은 참아야 하는 증상이 아니라 원인을 찾아야 하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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