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인공지능(AI) 로봇, 드론이 한 번 충전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멀리,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해줄 ‘꿈의 배터리’ 상용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차세대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꼽히지만 충·방전을 반복하면 쉽게 부서져 수명이 짧아지던 ‘실리콘’의 치명적 단점을 극복할 핵심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낸 것이다.
13일 경상국립대에 따르면 이 대학 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 나노신소재융합공학과 성재경 교수 연구팀이 배터리 내부의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전고체전지’에 실리콘 소재를 사용할 경우, 기존 액체 전해질 배터리보다 수명과 고속 충·방전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는 원리(계면 열화 규명)를 입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영향력 지수 14.1, JCR 상위 7.6%) 7월3일자에 게재됐다.
최근 피지컬 AI(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AI 로봇)와 자율주행차 등 첨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안전하게 담을 수 있는 슈퍼 배터리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스마트폰과 전기차에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음극재로 주로 ‘흑연’을 사용하는데, 이미 에너지 저장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실리콘 음극재’다. 실리콘은 기존 흑연보다 에너지를 최대 10배나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의 구원투수로 불린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에너지를 충전하고 쓰는 과정에서 실리콘 입자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쪼그라들기를 반복하며 입자 자체가 부서져 버리는 현상이다.
게다가 배터리 내부를 채우고 있는 ‘액체 전해질’이 부서진 실리콘 틈새로 끊임없이 스며들어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표면에 불필요한 찌꺼기 막(SEI)을 계속 만들어내면서 배터리가 저항으로 부풀어 오르고 수명이 급감했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실리콘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흑연에 소량만 섞어 쓰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성재경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 내부의 액체를 모두 안전한 고체로 바꾼 ‘황화물계 전고체전지’에 주목했다.
그리고 동일한 실리콘 소재를 기존 액체 배터리와 고체 배터리에 각각 적용한 뒤, 배터리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정밀 비교 분석했다.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기존 액체 배터리에서는 액체 전해질이 실리콘 입자 속으로 파고들어 입자를 부수고 불안정한 찌꺼기 막을 계속 만들어냈다.
반면 전고체전지에서는 실리콘이 부서지지 않고 얇고 단단한 하나의 보호막(Li-Si) 형태로 안정적으로 변신했다. 고체의 특성상 전해질이 실리콘 내부로 파고들지 못해, 화학 반응이 두 물질이 맞닿는 좁은 표면에만 얌전하게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실리콘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액체 배터리의 고질병이었던 ‘입자 부서짐’과 ‘배터리 수명 단축’ 현상이 억제됐다.
배터리 수명이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빠르게 충전하고 강한 에너지를 빠르게 뽑아 쓰는 고율(고속 충·방전) 성능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입증됐다.
차세대 에너지 소재인 실리콘과 전고체 배터리가 만났을 때 완벽한 시너지를 낸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이다.
제1저자인 나노신소재융합공학과 김석진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전고체전지 속 실리콘 음극이 액체전해질 방식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지 판단하려면 단순 성능 비교를 넘어 계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전극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정확히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실험을 시작했다”며 “고에너지 밀도 전고체전지용 실리콘 음극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SK하이닉스 나스닥 데뷔](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12/128/20260712515461.jpg
)
![[특파원리포트] 미국 건국 250주년의 진짜 의미](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21/128/20260621509064.jpg
)
![[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월드컵 경기의 한 가지 흠](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04/27/128/20250427510612.jpg
)
![[박영준 칼럼]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 조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07/128/20260607508968.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