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패션과 뷰티, 문학 등 이종 산업과 손잡고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과 이야기를 제품에 입혀 기존 고객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새로운 소비자층과의 접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업계의 협업은 인기 캐릭터를 제품 포장에 넣거나 한정판 굿즈를 출시하는 수준을 넘어 메뉴와 공간, 체험 행사까지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협업 상대가 가진 감성과 정체성을 제품 기획 단계부터 반영하면서 식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패션과 뷰티, 문화 영역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할리스는 스포츠·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반스와 협업해 시즌 한정 메뉴 2종과 MD 상품 7종을 선보였다.
협업 메뉴에는 반스의 상징인 체커보드 패턴과 스니커즈 디자인을 적용했다.
‘반스 파인 민트티 보틀’은 파인애플 민트티에 오렌지와 레몬 슬라이스, 로즈마리를 더한 음료다. 체커보드 패턴이 들어간 전용 보틀에 담아 반스 특유의 스트리트 감성을 살렸다.
‘반스 언박싱 케이크’는 반스 스니커즈 박스를 본뜬 케이스에 초콜릿 바닐라 케이크를 담은 제품이다. 케이크에는 체커보드 패턴과 반스의 대표 실루엣인 ‘올드스쿨’을 형상화한 초콜릿 장식을 올렸다. 신발 상자를 여는 ‘언박싱’ 경험을 디저트로 재해석한 셈이다.
MD 상품은 메쉬 보스턴백과 볼캡 파우치 키링, 멀티 비치타월, 우양산·파우치 세트, 미니 탑핸들 텀블러, 액티브 텀블러, 할리베어 키링 반스 에디션 등으로 구성됐다.
할리스는 8월 25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역점에서 협업 콘셉트 스토어도 운영한다. 매장에 포토존과 고객 참여형 행사를 마련해 제품 구매를 공간 체험으로 연결했다.
빙그레는 과채주스 브랜드 따옴과 비건 뷰티 브랜드 디어달리아를 결합한 ‘톡톡 생기 따옴’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양사는 지난 5월 24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성수동에서 과일 마켓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신선한 과일과 디어달리아의 리퀴드 블러셔를 함께 배치하고, 방문객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과즙 생기 타입’을 확인하는 체험 행사도 마련했다.
올리브영 온·오프라인 채널에서는 ‘따옴 사과’를 연상시키는 사과 모양 스퀴시와 디어달리아의 ‘페탈 드롭 리퀴드 블러쉬’ 기획세트를 묶은 협업 제품을 판매했다.
식음료와 화장품은 서로 다른 제품군이지만 따옴의 신선한 과일 이미지와 디어달리아의 과즙 메이크업을 ‘생기’라는 공통된 이미지로 연결했다.
단순히 두 제품을 한 상자에 담는 데 그치지 않고 팝업스토어와 진단형 체험 행사를 함께 운영해 뷰티와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공략했다.
롯데웰푸드는 출판사 부크크와 손잡고 인기 시집의 과일 소재와 감성을 담은 시즌 한정 캔디 2종을 출시했다.
정의 작가의 시집 ‘피치 원 바이트’를 모티브로 한 ‘애니타임 문학콜라보 복숭아맛’과 도해 작가의 ‘청포도 필라멘트’를 활용한 ‘청포도캔디 문학콜라보’다.
제품 포장에는 각 시집의 표지와 작품 분위기를 반영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소비자가 시집 속 과일과 계절의 정서를 맛으로 경험하도록 기획했다.
이번 협업은 독서와 문학을 세련된 취향으로 즐기는 ‘텍스트힙’과 제철 식재료를 선호하는 ‘제철코어’ 흐름을 함께 겨냥했다.
롯데웰푸드는 이달 말까지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영등포점에서 특별 기획전을 운영한다. 행사 기간 협업 시집을 구매한 고객에게 굿즈나 제품을 증정한다.
예스24에서는 17일까지 협업 시집과 제품을 함께 소개하는 ‘청춘문학 콜라보 기획전’을 진행한다.
차정은 작가의 시집 ‘토마토 컵라면’과 ‘유쾌한 워터멜론’을 모티브로 한 꿀토마토맛 젤리와 수박맛 젤리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식품업계의 협업 대상은 패션과 뷰티 브랜드를 넘어 문학과 문화 콘텐츠로 넓어지고 있다.
식품이 단순히 먹고 마시는 상품에 머물지 않고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소비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기업 입장에서는 협업 상대의 고객층을 새로운 소비자로 끌어들일 수 있고, 익숙한 제품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해 브랜드 이미지를 환기할 수 있다.
최근 협업이 메뉴나 제품 포장에 그치지 않고 팝업스토어와 포토존, 체험 행사, 서점 기획전으로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품을 사는 순간뿐 아니라 보고 체험하고 공유하는 과정 전체를 마케팅 콘텐츠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업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협업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두 브랜드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제품 자체에서도 협업의 특징이 드러나야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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