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2거래일 개인 순매수 8.2조…전체의 92.7%
기초주가 반등해도 ‘음의 복리’ 탓 손실 남을 수 있어
“주가는 반등했는데 내 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다시 오르더라도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손실이 같은 속도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장기 누적수익률이 아니라 기초주식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KIWOOM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는 43.53% 떨어졌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 7종의 하락률이 모두 42~43%대에 달했다.
8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 14종은 모두 상장 기준가격인 2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삼성전자 상품 일부는 기준가격보다 최대 27% 낮아졌다.
이후 기초주식은 반등했다. 삼성전자는 10일 28만5000원으로 올라섰고, SK하이닉스도 8일 207만6000원에서 10일 218만원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을 모두 되돌리지는 못했다.
기업 실적이 무너진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SK하이닉스도 인공지능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실적 자체보다 지금과 같은 이익 증가 속도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다.
◆하루 2배일 뿐, 일주일 수익률 2배 아니다
레버리지 ETF의 낙폭이 기초주식보다 커진 이유는 상품 구조에 있다. 이 상품이 추종하는 것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장기 수익률이 아니라 하루 수익률의 2배다.
기초주식이 하루 5% 떨어지면 레버리지 ETF는 비용과 추적오차 등을 제외하고 약 10% 하락한다. 다음 날 주가가 반등해도 이미 줄어든 금액을 기준으로 수익률이 다시 계산된다.
100만원이 35% 하락하면 투자금은 65만원이 된다. 다시 100만원이 되려면 35%가 아니라 53.8% 올라야 한다. 50% 하락했다면 남은 돈이 두 배가 돼야 하므로 100% 상승해야 원금을 회복한다.
주가가 오르내릴 때도 손실이 남는다. 기초주식이 첫날 10% 떨어진 뒤 다음 날 10% 오르면 가격은 100에서 90을 거쳐 99가 된다. 누적수익률은 마이너스 1%다.
이를 매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은 100에서 80으로 떨어진 뒤 20% 반등해 96이 된다. 손실률은 마이너스 4%다. 등락이 반복될수록 기초주식과 레버리지 상품의 누적수익률은 더 멀어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변동장에서 ‘음의 복리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순매수 92.7%가 개인…한 달 만에 시총 13조원
위험 노출은 개인투자자에게 집중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장일인 5월 27일부터 6월 12일까지 12거래일 동안 개인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8조2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체 순매수 금액의 92.7%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지난 5월 27일 출시됐다. 정방향 2배 상품 14종과 역방향 2배 상품 2종 등 ETF 16종이 상장됐다.
신규 투자자는 기존 일반교육 1시간에 심화교육 1시간을 추가로 이수해야 한다. 기본예탁금 1000만원도 갖춰야 한다.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신용·미수거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안전장치를 뒀지만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인버스 상품을 제외한 레버리지 ETF 14종의 시가총액은 7월 3일 기준 13조5666억원으로 집계됐다. 출시 첫날 4조8836억원보다 177.8% 늘었다. 한 달여 만에 2.8배로 불어난 셈이다.
◆최대 실적에도…삼성 목표가 43만→39만원
ETF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이다. 그 배경에는 반도체 이익 증가 속도가 정점을 지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8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낮췄다. 투자의견 ‘매수’와 반도체 업종 최선호주 의견은 유지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메모리 가격 상승세와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HBM4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점유율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과 수요 변화가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실적이 줄어든다는 뜻은 아니다. 메모리 가격과 이익이 계속 오르더라도 그 속도가 시장의 높아진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LS증권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각각 4.8배와 5.3배로 역사적 저점권에 들어섰지만, 낮은 PER만 보고 비중을 늘리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주가가 떨어지는 동시에 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높아지면 PER이 실제보다 지나치게 낮아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닉스 185만원이냐 420만원이냐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은 더 크게 갈렸다.
BNK투자증권은 지난 8일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 ‘보유’와 목표주가 185만원을 유지했다. 보고서 작성 기준 주가인 207만6000원보다 10.9% 낮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매도에 가까운 보수적 의견으로 받아들였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서버용 D램과 eSSD의 공급 부족은 이어지고 있지만 하이퍼스케일러의 경쟁적인 인프라 투자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반면 KB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20만원을 유지했다. 두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 차이는 235만원이다.
KB증권은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한국 본주와 미국 ADR이 함께 재평가받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내년 D램과 낸드 수요 증가율이 공급 증가율을 웃돌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올해보다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 ADR은 지난 10일 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공식 거래를 시작했다.
비관론은 빅테크의 설비투자 속도 둔화를 본다. 낙관론은 AI 메모리 수요와 공급 부족, ADR 상장에 따른 가치 재평가에 무게를 둔다. 같은 실적을 놓고도 어느 시점까지 내다보느냐에 따라 적정주가가 두 배 넘게 벌어졌다.
◆일괄 상장폐지보다 투자 문턱 높이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상장폐지 주장까지 나왔다. 그렇다고 14개 상품을 한꺼번에 퇴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래소는 기초자산이 적격 요건을 크게 밑돌 경우 상장폐지가 가능하도록 관리 기준을 마련해뒀다. 시가총액이나 거래량, 파생상품 거래량 등 요건이 기준의 절반 아래로 떨어진 상태가 3개월간 이어지면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당장 이 기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의 요구만으로 상품을 일괄 상장폐지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시장에서는 기본예탁금을 현행 1000만원보다 높이고 사전교육과 위험 고지를 강화하는 방안, 신규 상품 출시 제한 등이 거론된다. 아직 확정된 대책은 없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금 레버리지 ETF가 주식시장 변동성을 많이 갖고 오고 있다는 우려는 잘 알고 있다”며 “그런 문제를 어떻게 보완하고 최소화할지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돌아와도 원금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증권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장기 성장 전망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했고, SK하이닉스에도 현재 주가보다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가 다수다.
하지만 레버리지 ETF는 기초주식의 방향만 맞히면 손실을 모두 만회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보유 기간에 주가가 어떤 경로로 움직였는지도 중요하다.
기초주가가 100에서 90으로 10% 하락한 뒤 11.1% 올라 다시 100이 됐다고 가정하자. 일일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상품은 100에서 80으로 떨어진 뒤 22.2% 올라 97.8에 머문다. 기초주식은 출발점으로 돌아왔지만 레버리지 상품에는 2.2%의 손실이 남는다.
여기에 운용보수와 거래비용, 추적오차가 더해지면 실제 수익률은 달라질 수 있다. 주가 전망뿐 아니라 투자 기간과 변동성, 감당할 수 있는 손실 규모까지 따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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