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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가문의 비밀 품은 ‘그림자 아이’…유은정 감독 “한국적 판타지 계속 도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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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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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림자 아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그림자 아이’ 속 장면. 영화사달리기 제공
영화 ‘그림자 아이’ 속 장면. 영화사달리기 제공

엄마 금옥(임수정), 중학생 언니 수련(유나)과 셋이 사는 수안(박소이)는 세상 누구보다 언니를 사랑하는 아이다. 매일 밤 잠들기 전 언니 옆에 누워 동화를 읽어달라고 하는 것이 일상인 수안. 그런데 어느 날 밤, 옥상에서 기이한 그림자와 마주한 언니를 붙잡으려다 수안은 낯선 세계로 떨어진다. 언니를 붙잡지 못하고 혼자 현실세계로 떠오른 수안에게 엄마는 수련이 죽었고, 수안은 3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말한다. 이후 수안은 언니와 똑같은 얼굴 한 소녀 재인(유나)을 만난다.

 

지난 1일 개봉한 유은정 감독의 영화 ‘그림자 아이’는 자매의 상실에서 출발해 도플갱어와 비밀스러운 저택, 대대로 이어진 가문의 저주를 엮어낸 판타지 미스터리다. 전작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유령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유 감독은 이번에도 독립영화에서 보기 드문 장르적 상상력을 선보인다. 유 감독과 1일 대화를 나눴다. 

유은정 감독. 영화사달리기 제공
유은정 감독. 영화사달리기 제공

─이 영화의 중요한 주인공은 공간이다.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사직동 주택은 현실과 판타지가 공존하는 세계를 구현한다. 어떻게 발견한 공간인가.

 

“미술팀과 제작팀이 동시에 이 집을 제안했다. 촬영감독, 조명감독, PD님까지 함께 처음 그 집을 보러간 순간 모두 ‘여기가 최고다. 다른 집은 볼 필요 없다’고 의견이 모였다. 집 자체가 이미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김중업 건축가 특유의 곡선 활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원형 창, 아치, 팔각형 거실, 나선형 계단 같은 요소.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가이고, 마침 공공 활용 방안을 고민하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촬영 허가를 해주었다.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건축 유산의 도움도 크게 받았다.”

 

─영화 초반 그림자가 둘로 갈라지는 부분은 핵심 설정을 드러낸다.

 

“수련이 ‘내 몸을 줄게’라고 말하며 검은 문이 열린다. 원래는 수련이 그림자가 되어 그 세계로 떠나는 운명이었는데, 수안이 언니를 붙잡아 함께 끌려나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림자가 둘로 찢어지는데 한 쪽은 재인에게 가면처럼 달라붙고, 다른 한쪽은 집에 남는다. 몸을 갖지 못한 반쪽 그림자는 3년 동안 흙과 풀, 꽃을 몸 삼아 버티다가 다시 수안을 만난다.”

영화 ‘그림자 아이’ 속 장면. 영화사달리기 제공
영화 ‘그림자 아이’ 속 장면. 영화사달리기 제공

─수안과 재인은 거울쌍 같지만 둘을 둘러싼 환경은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금옥 집안에는 대대로 저주가 내려오고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도플갱어를 희생시킨다. 부유한 가문이기에 희생되는 쪽은 힘없는 집안 아이들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아이를 위해서는 저 아이가 없어져도 된다’고 판단받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수안은 보호를 충분히 받는 아이, 재인은 그렇지 못한 아이로 설정했다. 그럼에도 두 아이는 서로를 동등한 존재이자 친구로 생각하고 어른들과 달리 깊은 관계를 형성한다.”

 

─세계관을 일일이 끝까지 설명하기보다, 관객이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열어둔다.

 

=“가문의 비밀이 ‘그림자 동화’로 내려온다. 그림책에는 글씨가 없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다. 금옥도, 금옥의 아버지도 각자 믿는 방식으로 동화를 받아들이고 수련과 수안 역시 자기들만의 상상을 덧붙인다. 영화도 그랬으면 했다. 내부적으로는 설정을 모두 만들어뒀지만, 관객이 자유롭게 해석해주길 바랐다.”

영화 ‘그림자 아이’ 속 장면. 영화사달리기 제공
영화 ‘그림자 아이’ 속 장면. 영화사달리기 제공

─박소이, 유나 배우는 설득력 있는 연기를 펼친다.

 

=“첫 촬영 때만 해도 두 배우의 준비 방식이 꽤 달랐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성인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에너지와 체력만큼은 확실히 달랐다. 쉬는 시간에도 둘이 춤을 추고 있었다.(웃음)”

 

─전작 ‘밤의 문이 열린다’에 이어 이번에도 독립영화에서 보기 드문 장르영화를 만들었다. 계속 장르를 붙드는 이유가 있나.

 

=“장르물을 좋아하고 계속 만들고 싶다. 중학교 때는 아가사 크리스티를 정말 많이 읽었고, 더 커서는 셜리 잭슨과 스티븐 킹을 좋아했다. 독립영화에서 장르를 만들려면 더 영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CG(컴퓨터그래픽)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믿을 수는 없다. 1930년대에도 이미 훌륭한 판타지 영화들이 있었다. 그 작품들이 어떤 아날로그적 기법으로 환상을 만들어냈는지 참고하려 한다. CG는 자칫하면 무게감이 없어진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기술로 실재의 존재감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언니를 향한 수안의 마음은 절절하다. 감독 자신의 경험이 출발점이 됐나.

 

=“거리를 두고 쓰려 했는데 출발점에는 내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부모님만큼이나 ‘그 존재를 잃는다면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언니다. 열아홉 살까지 언니와 같은 방을 썼다. 늘 함께 지내면서 정말 많은 얘기를 하고 고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영화 ‘그림자 아이’ 속 장면. 영화사달리기 제공
영화 ‘그림자 아이’ 속 장면. 영화사달리기 제공

─임수정 배우는 공동제작자로도 참여했다. ‘금옥’은 ‘장화, 홍련’의 ‘수미’가 어른이 된 것 같다는 관객도 적지 않다.

 

=“기획·개발 단계에서 이 영화를 소개할 때 레퍼런스를 물으면, 한국 영화로는 늘 ‘장화, 홍련’을 이야기했다. 한 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서로를 너무 좋아하는 자매, 떠난 이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감정.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금옥 역을 임수정 배우에게 제안드렸는데, 판타지적 설정을 좋아해 주셨던 것 같다. 특히 두 세계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설정을 흥미롭게 보신 것 같다. 영화가 잘 만들어져서 수안과 재인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자신과 문근영 배우처럼 좋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투자 과정, 영화진흥위원회 면접에도 (디즈니+ 시리즈) ‘파인’ 촬영으로 목포와 신안을 오가는 와중에 직접 함께해주셨다. 사실 수련이라는 인물도 임수정 배우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일부 참고해 만들었다. 수련이 ‘엄마처럼 남을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는 대사는 실제 임수정 배우가 어린 시절 품었던 생각이다.”

 

─앞으로 그리고 싶은 세계는.

 

=“한국적 판타지를 만들고 싶다. 새로운 시도를 보러 극장에 와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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