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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종교’ 편견 버리고 증거·법리 따른 판결 내리길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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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한학자 총재에 징역 13년 구형
종교법인 운영 행태 도외시한 공소
‘마녀사냥’ 여론 재판 흘러가선 안 돼
소수 종교도 존중하라는 게 헌법 정신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 비리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0일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 총재에게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혐의에 5년, 일명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 측에 가정연합 교단 현안에 관한 청탁을 했다는 등 나머지 혐의에 8년을 각각 적용한 것이다. 한 총재가 수사와 1심 재판을 받는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을 고려하면 특검팀이 ‘소수 종교’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힌 나머지 무리한 결론을 내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실체적 진실과 무관한 모든 선입관을 버리고 오로지 증거와 법리만을 좇아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이날 특검팀은 결심 공판에서 한 총재를 향해 “정교일치(政敎一致) 실현을 목표로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 정치 세력과 결탁, 선거와 정치에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정교일치란 특정 종교 집단이 국가 권력을 송두리째 장악한 것을 의미한다.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고위 성직자 중에서 국가 최고 지도자를 뽑도록 헌법에 명시한 이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가정연합은 소수 종교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사이비(似而非)’라는 부당한 비난을 가하기도 한다. 이런 가정연합이 정교일치 실현을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정교일치를 실현하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기는 한가. 억지로 꿰어맞춘 공소가 아닐 수 없다.

 

한 총재가 김씨 측에 가정연합 교단 현안에 관한 청탁을 했다는 공소 사실도 그렇다. 가정연합은 국내에선 소수 종교이지만, 세계 약 190개국에 진출한 국제 종단이다. 해외 선교·봉사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정연합은 일체의 정부 지원을 받은 바 없다. 덕담처럼 “잘 좀 도와달라”고 한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니, 법리를 확대해석한 것 아닌가.

 

한 총재가 가정연합 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는 ‘정신적 지도자’라는 한 총재의 종교적 위치를 도외시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가정연합 측은 한 총재가 가정연합의 종교적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정신적 지도자일 뿐, 재정이나 행정은 세계본부를 중심으로 한 별도의 행정조직이 맡아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내부 감시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가운데 일부 행정 책임자들의 독단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에 있어 다른 종교법인의 운영 행태도 유사하다. 하지만 특검은 이런 종교법인의 특수성에 눈 감고 일반 법인에 적용하는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이다.

 

종교의 자유는 양심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과 더불어 우리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한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다. 한국인이 믿는 종교 중에는 신도 수가 많은 종교도 있지만, 가정연합 같은 소수 종교도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11조 1항은 종교에도 적용돼야 함이 마땅하다. 단지 신도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종교들과 비교해 부당한 차별을 받는다면 이는 헌법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요즘 종교계에선 국회에서 발의된 이른바 ‘종교법인 해산법’(민법 개정안)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종교법인이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정치에 개입하면 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종교인은 아예 정치에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것인데, 이쯤 되면 종교계 ‘입틀막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그 어떤 시도도 즉각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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