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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과로'에 병원 떠나고… 신생아는 의사 찾아 ‘뺑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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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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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응급 분만 진료가 한계에 부딪혀 소중한 생명을 잃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는 산과와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과목의 인력 소멸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는 제한된 지역의 의료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권역별 모자의료 진료협력체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전주의 한 분만병원에서 태어난 아기는 호흡곤란 증세 등으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튿날 끝내 숨졌다. 병원 측은 근처에 신생아중환자실(NICU)이 있는 전북대병원과 예수병원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더 멀리 떨어진 원광대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시간이 지연됐다는 입장이다. 전북대병원은 NICU를 홀로 책임지다시피 했던 한 교수가 오랜 과로 끝에 지난달 사직을 선언해 NICU 병상이 모두 비어있던 상태였다.

응급의료센터. 연합뉴스
응급의료센터. 연합뉴스

고위험 산모 등 임신부의 ‘응급실 뺑뺑이’는 빈번하게 나타난다. 지난 5월 충북 청주에는 29주차 30대 고위험 임신부가 3시간 30분 만에 병원에 옮겨졌으나 태아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의 병원까지 가는 동안 병원 40여곳에 연락을 했다. 당시 임신부를 수용하지 못한 충북대병원은 권역모자의료센터임에도 산과 전문의가 1명뿐으로, 부재중이었다.

 

◆고위험 산모∙신생아를 받을 의사가 없다

 

적은 인력으로 버티는 병원들의 산과∙소아청소년과는 이미 분만 예약이나 진료가 꽉 찬 상황이다. 더구나 현장을 지키던 기존 인력이 과로로 소진되면서 이탈 우려도 가속화한다. 저출생 시대에 고령 산모와 다태아 출산 등 고위험 분만은 늘고 있는 추세지만, 현장은 소수의 의료진이 휴일∙야간∙응급 대응을 감당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NICU는 인력∙병상 부족 등 인프라 절벽에 내몰렸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17개 광역지자체  중 12곳은 NICU를 지키는 레지던트(전공의)가 ‘0명’으로 집계됐다. 소멸에 가까워진 해당 필수과목의 의료진 부족 문제는 낮은 수가와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부담, 열악한 인력 속에 극심한 과로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해당 분야를 책임지던 전문의도 나가는 상황에서 NICU를 담당할 전공의도 존재하기 어렵다”며 “의료진의 과도한 법적 리스크로 오래전부터 현장 경고가 이어졌지만, 곪아온 구조적 문제로 젊은 의사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한 아기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한 아기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도 신생아 의료 인력 공백의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국민의힘 김미애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최근 전주 신생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예고된 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전국에 딱 13명뿐이다.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신생아 세부 전문의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남아 있는 의료진도 당직을 버티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아이들의 생명을 의료진 개인의 희생에 기대어 온 필수 의료체계 전체의 경고”라며 “정부가 발표한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료 인상, 고위험 분만 수가 개선, 지역 가산 확대가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국회가 법과 예산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모자의료 진료협력체계 확대”

 

정부는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의 응급진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충북·충남·제주 지역에 모자의료 진료협력체계를 추가로 구축한다. 지역 의료기관 간 연계와 협력도 강화해 응급 고위험 분만 환자를 권역 내에서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건강보험 보상 확대와 의료진 부담 완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협력 체계가 없는 충청권과 전북권, 제주권을 대상으로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 추가 공모를 한 결과 충북과 충남, 제주에 4개 협력 체계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전북권의 경우 최근 고위험 진료 대응에 일부 제한이 발생해 향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미비점을 보완해 이른 시일 내 추가 선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범사업은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집중치료와 24시간 응급 대응을 위해 권역모자의료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내 분만기관, NICU 운영기관 등과 연계·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NICU를 거의 유일하게 지키던 전문의가 사직 의사를 밝힌 전북대병원의 경우 다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근무를 통해 최대한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생아 전문의 구인, 사직 예정인 신생아 전문의와 소통 등 전북의 고위험 진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복지부는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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