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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얽힘 100년 논쟁, 마침내 실험으로 결론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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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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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알았더라면/알랭 아스페/손윤지 옮김/와이즈베리/2만8000원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하나로 묶여 한쪽을 측정하는 순간 다른 쪽의 상태까지 정해진다면, 양자역학은 자연을 완전하게 기술하는 이론인가, 아니면 그 뒤에 더 깊은 실재가 숨어 있는가.”

1935년 아인슈타인이 동료 학자들과 함께 짧은 논문 한 편에서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은 이후 ‘양자 얽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양자물리학에서 가장 깊고 신비로운 성질로 자리 잡았다. 한때 상호작용한 두 입자가 이후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즉각적으로 연결된 것처럼 행동하는 현상에 대해 아인슈타인 등은 얽힌 두 입자에는 양자 형식주의가 다루지 않는 추가적인 물리적 성질이 있어야 하며, 이는 곧 양자이론의 기술이 불완전하다는 뜻이라고 결론 내렸다. 보어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철학의 영역에 머물던 이 질문을 실험으로 판별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꾼 사람이 존 벨이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이를 입증한 사람이 알랭 아스페다. 아스페는 1982년 얽힌 광자쌍으로 벨 부등식이 위반됨을 확증하며 반세기에 걸친 논쟁에 실험으로 답한 공로로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알랭 아스페/손윤지 옮김/와이즈베리/2만8000원
알랭 아스페/손윤지 옮김/와이즈베리/2만8000원

신간은 이 같은 양자물리학 100년의 역사를 실험으로 완성한 아스페가 일인칭으로 들려주는 책이다. 흑체복사와 막스 플랑크에서 시작해 솔베이 회의에서 벌어진 보어와 아인슈타인의 논쟁, EPR 논증, 존 벨의 정리, 최초의 실험들과 저자 자신의 결정적 실험을 지나 오늘의 양자컴퓨터와 양자 암호까지 소개한다.

특히 저자가 자신의 실험을 회고하는 대목이 흥미진진하다. 1974년 동료가 건넨 상자 속에서 존 벨의 논문을 처음 읽은 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이듬해 만난 벨은 “양자역학의 기초 문제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지 마라. 자칫 경력을 잃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아스페는 광학연구소 지하 2층, 공기쿠션 테이블을 살 돈이 없어 모래를 채운 금속 원통 위에 광학 테이블을 올린 실험 장치로 5년에 걸쳐 얽힌 광자쌍의 상관관계를 측정했다. 1982년 결과는 분명했다. 벨 부등식은 명백히 위반되었고, 아인슈타인이 옹호한 국소 실재론의 세계관은 더는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전공 지식이 없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수식을 최소화했다. 각 장 끝의 핵심 요약과 보충 자료로 벨의 정리와 상관계수, 양자 비복제 정리 등을 짚는다. 어려운 대목은 건너뛰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다양한 화보에는 양자 논쟁의 역사적 장면과 실험 장치가 함께 실렸다. 철학적 논쟁에 머물렀던 얽힘은 이제 양자 암호와 양자 텔레포테이션, 진정한 난수 발생기로 이어지는 응용 자원이 됐다. 저자 또한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에 직접 관여하며 그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스톡홀름 대극장 무대를 가로질러 스웨덴 국왕에게서 노벨상 메달을 받으러 걸어 나간 그 짧은 순간, 나는 이 영예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를 분명히 자각하고 있었다. 내게 늘 하나였던 과학, 곧 근본 원리에서 응용에 이르는 그 과학이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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