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상대로 성매매 조장”
“결혼하고 8개월 된 아이를 가진 나를 산골로 끌고 가 페니실린 주사를 맞혔다.”
과거 주한미군 기지촌에서 이뤄진 성병 검사로 피해를 입은 여성 김모씨가 8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정문 앞에서 “우리나라가 저한테 못된 짓을 많이 해서 밝히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에 쇼핑을 갔다가 신분증과 검진증이 없다는 이유로 소위 ‘몽키하우스’라고 불린 성병관리소에 억지로 끌려가 6박7일 동안 감금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성병관리소에서 페니실린 주사를 맞은 후 아이를 유산했는데, 미군 남편이 파견 간 독일 미군부대 산부인과에서 ‘한국에서 무슨 주사를 맞지 않았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김씨를 비롯한 기지촌 ‘위안부’ 피해 여성 78명과 목격자 4명은 이날 오후 3기 진화위에 진상규명을 신청했다.
이들과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기지촌여성인권연대 등 여성단체들은 “어제는 달러 벌이 애국자, 오늘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지촌 위안부에 대한 국가 폭력 사건을 직권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하영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여성연대 대표는 “대법원은 국가가 애국 교육과 위법한 성병 관리, 기지촌 운영을 통해 미군 상대 성매매를 정당화하거나 조장했다고 판결했지만, 진실규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왜 그렇게 많은 여성들이 그곳으로 내몰렸는지, 어떤 폭력이 어떻게 자행됐는지, 국가가 어떤 체계로 이를 운영하고 방조했는지, 그 피해가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총체적 진실 규명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피해 생존자들이 과거 기지촌에서 얻은 각종 질병으로 인해 건강이 좋지 못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고 있다”며 “그동안 국가 차원의 공식 조사와 피해 유형 및 통계의 부재로 피해 생존자들은 개인의 피해를 스스로 입증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은 2022년 기지촌 피해자 90여명이 당사자인 사건 상고심에서 “국가의 기지촌 조성·관리·운영 행위 및 성매매 정당화·조장 행위는 위법하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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