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매입임대 9만호 공급 계획
공공주택사업지 주민 반발 난항
비아파트도 공사비 상승 등 발목
“보상절차 줄이고 매입가 현실화
민간 사업성 개선책 병행돼야”
정부가 공공주택과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통해 주택 공급난 돌파에 나섰지만 실제 현장에선 각종 절차 지연과 사업성 악화가 걸림돌로 작용하며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공주택은 인허가와 토지보상, 주민 반발 등으로 사업 속도가 더디고, 비아파트는 공사비·토지비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민간 공급 기반 회복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인허가와 보상 절차의 병목을 줄이고, 비아파트 공급 회복을 위해서는 매입가격 현실화와 금융 지원 등 민간 사업성 개선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주택 사업 지연을 줄이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 공급기관이 참여하는 ‘공공주택 공급점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인허가와 토지보상 등 사업 단계별 병목 요인을 점검하고 있다. 공공택지 조성과 공공주택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절차 지연과 보상 갈등 등을 줄여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9·7 공급대책에서 강남권 핵심 사업지로 제시된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의 경우 주민들이 지구지정 절차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에 나서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날 취임 후 첫 현장으로 서리풀지구를 찾은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긴 2028년 착공을 추진하라고 지시하며 공급 속도전에 힘을 실었지만, 주민 반발로 인해 실제 사업 추진 과정의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다른 공공주택 사업장에서도 일정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 성남중원 공공주택사업은 지역 민원과 지방자치단체 요청 등으로 준공이 당초 2024년 말에서 2030년 10월로 5년10개월 연기됐다. 공급 규모는 440가구에서 462가구로 늘었고 사업비도 1792억원에서 1898억원으로 증가했다. 3기 신도시 역시 토지보상과 인허가 협의 지연, 공사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입주 일정이 잇따라 늦춰지고 있다.
이런 사업 지연은 전체 공공주택 공급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주택 공급은 21만1000가구로 정부 목표(25만2000가구)의 83.7%에 그쳤다. 특히 건설형 공공주택의 목표 달성률은 76.4%로 가장 낮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절차 장기화, 토지보상 지연 등이 착공을 늦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급의 핵심 축인 비아파트 공급도 사업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아파트 공급 확대는 공공이 직접 짓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이 지은 빌라·다가구·연립주택 등을 공공이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매입임대 방식이 중심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매입임대를 2027년까지 수도권에 9만가구 공급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건물 한 동을 통째로 사들였지만 앞으로는 일부 가구만 매입하는 ‘부분매입’을 허용하고, 서울과 경기의 최소 매입 기준도 10가구 이상으로 낮췄다. 사업 초기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 토지비 지원도 확대했다.
문제는 비아파트의 경우 민간 사업자가 새로 집을 지을 유인이 약하다는 점이다. LH 신축매입약정은 감정평가 방식으로 매입가격을 산정해 공사비와 토지비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비아파트 착공은 3만7487가구로 최근 10년 평균의 약 23% 수준에 그쳤다. 정부가 부분매입 허용과 최소 매입 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매입가격 현실화 없이는 민간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공주택과 비아파트 공급의 병목을 각각 다르게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공 공급 확대는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민간이 자생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매입가격 현실화와 금융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비아파트 공급도 회복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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