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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클럽’이 부러운 까닭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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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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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대통령 임기 첫 해인 1998년 7월31일 청와대에 전현직 대통령 5명이 모였다. DJ가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그리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만찬에 초대한 것이다. 당시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개입을 부른 외환위기 후폭풍으로 온 국민이 실업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때였다. DJ는 ‘선배’ 대통령들에게 “국난 극복을 위한 국가 역량 결집에 적극 노력해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3명의 전직 대통령과 달리 YS는 식사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언론에선 “대통령 5명의 첫 대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분위기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8년 7월31일 만찬을 위해 청와대에 모인 전현직 대통령들. 왼쪽부터 노태우, 최규하 전 대통령, 김대중 당시 대통령, 전두환, 김영삼 전 대통령. 연합뉴스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8년 7월31일 만찬을 위해 청와대에 모인 전현직 대통령들. 왼쪽부터 노태우, 최규하 전 대통령, 김대중 당시 대통령, 전두환, 김영삼 전 대통령. 연합뉴스

첫 만남은 그것으로 마지막 회동이 됐다. DJ는 남은 임기 동안 몇 차례 더 전직 대통령들을 초청했으나 YS가 거부했다. 그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군사 정권을 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더 이상 자리를 함께하기 싫다”는 이유를 들었다. 1990년 YS가 군사 정권의 후예인 민정당과 이른바 ‘3당 합당’을 단행한 점, 이를 통해 1992년 대선에서 이겨 대통령이 된 점 등을 감안하면 앞뒤가 좀 안 맞는다. DJ의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YS는 전현직 대통령 모임에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다만 그때는 최규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건강 악화 탓에 동석이 불가능해졌다.

 

노무현정부를 비롯해 그 이후로는 퇴임한 대통령이 평온한 세월을 보낸 적이 거의 없다. 검찰 수사와 구속 수감, 탄핵·파면, 심지어 자살까지 비극의 연속이었다. 2019년 DJ 서거 10주년 추모식에 참석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황교안 대표는 추도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재임 시절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과 찍은 한 장의 사진이 기억난다”며 “정치 보복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늘날 이명박(84)·박근혜(74)·문재인(73)·윤석열(65) 전 대통령이 살아 있다. 하나 이들이 이재명 현 대통령과 한데 모이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 같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오바마 센터’ 개관식에 함께한 전직 대통령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오바마 센터’ 개관식에 함께한 전직 대통령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18일 미국 시카고에서 버락 오바마(64) 전 대통령을 기리는 ‘오바마 대통령 센터’가 개관했다. 이를 기념하고자 빌 클린턴(79), 조지 W 부시(79) 그리고 조 바이든(83)까지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 4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에겐 초대장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와 같은 민주당 소속인 클린턴, 바이든은 그렇다 쳐도 공화당 원로인 부시의 참석은 이번 행사의 초당파성을 부각했다. 미국 특유의 ‘대통령 클럽’(Presidents club) 문화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며 정치의 품격을 보여줬다. 다음엔 트럼프도 동참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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