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원전 2기 2038년까지 지어
과거 ‘천지’ 건설후보지로 재추진
기장, 2035년까지 SMR 1기 건설
‘고리’ 위치해 원전 인프라가 강점
향후 60년간 수조 경제효과 기대
탈락 울주군·환경단체 등선 반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의 당락을 좌우한 결정적 승부처는 결국 ‘준비된 부지’였다.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빨리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각각 울산 울주군과 경북 경주시를 제치고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유치하게 된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은 향후 60년간 수조원대 지원금은 물론 신규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17일 한국수력원자력 신규 원전 건설 부지선정평가위원회에 따르면 1400㎿급 대형 원전 2기는 2038년까지 영덕군에, 700㎿급 SMR 1기는 2035년까지 기장군에 지어진다. 평가위는 △부지적정성 △환경성 △건설적합성 △주민수용성 4개 항목을 25점씩 총 100점 만점으로 고르게 종합 평가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신청 지자체 중 어느 곳이 원전 건설에 준비를 했느냐가 승패를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2조원대 지원금에 지역경제 활성화
대형 원전 2기가 들어설 영덕군은 과거 원전을 짓기로 했던 곳이어서 ‘속도전’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부지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백지화되기 이전에 ‘천지’ 원전 후보지로 최종 선정된 바 있다. 영덕군이 신청한 원전 유치 부지가 이미 한 번 원전 건설 후보지였던 만큼 정부 의지로 건설 전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전체 사업 기간을 단축할 여지가 크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더는 원전을 지을 곳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딱 한 곳 있다. 지으려다가 그만 둔 곳”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영덕군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다. 주민 반대에 원전 건설이 지연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영덕군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요인으로 꼽힌다.
SMR 후보지로 기장군이 선정된 이유도 빠른 건설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장군 후보지는 고리원자력본부 내 과거 신고리 7·8호기 부지로 검토된 곳으로 ‘전원개발예정부지’로 행정절차를 마친 곳이다. 특히 기장군은 이미 원전이 운영 중인 곳으로, 송전망 등 기반 설비가 갖춰진 곳이라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원전 유치는 인구감소 및 지역경제 침체에 허덕이는 비수도권 지자체에도 큰 도움이 된다. 원전이 들어서는 지자체는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지원금을 받아 지역 발전에 쓸 수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기준 원전 2기로 지역에서 받게 될 법정 지원금은 건설 3220억원, 운영(60년 기준) 1조8321억원으로 총 2조1541억원이다. 보이지 않는 경제적 효과까지 더하면 실제 기대되는 효과는 이보다 더 클 전망이다.
원전 건설 기간 동안 대규모 인력채용이 이뤄지는 데다 지역 상권 활성화와 부동산 시장 강세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신한울 3?4호기 기준 건설 기간에 누적 약 720만명의 인력이 투입되며, 원전 2기 건설에는 수백개 기업이 참여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한울 1?2호기 기준 건설 비용으로만 봐도 그랜저 25만대 생산, 제2롯데월드 2.5개 건설 효과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엇갈린 희비…환경단체는 철회 요구
이번에 원전 부지로 선정된 지자체들은 환호하는 분위기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평가위 발표 직후 “신규 원전 유치 지역 선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신규 원전 유치가 영덕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청년들이 돌아와 일자리를 찾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장군 관계자는 “신형 SMR 유치가 지역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미래 첨단 에너지 산업의 메카로 기장군이 도약할 수 있도록 기술용역을 통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신규 원전 유치 신청서를 내며 유치에 나섰던 울산 울주군 주민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손복락 신규원전자율유치서생면범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울산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환영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탈핵시민공동행동 관계자는 “경북 영덕에는 원전이 없지만 인근 울진에 원전 10기가 있어 이미 밀집지역”이라면서 “세계 곳곳에서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로 집행되는 탈핵 흐름을 외면한 채 구시대적인 선택으로 되돌아간 정부의 결정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주민 수용성과 안전성,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마저 철저히 외면한 채 추진된 이번 부지 선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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