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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기자 향한 스토킹·디지털 성폭력 확산…“뉴스룸 보호 체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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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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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기자 “기자도 시스템 앞에선 무력”
여성 기자 대상 온라인 폭력 구조화
언론사·정부·플랫폼 공동 대응 필요

한국여성기자협회가 여성 기자를 향한 스토킹과 디지털 성폭력, 온라인 괴롭힘에 대응하기 위한 뉴스룸 보호 체계 구축 방안을 모색했다.

 

한국여성기자협회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위협 받는 기자들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주제로 ‘2026 포럼W’를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선 취재·보도 과정에서 범죄 피해를 경험한 기자들의 사례를 공유하고, 언론사와 정부, 플랫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보호 체계 구축 필요성이 집중 논의됐다.

한국여성기자협회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위협 받는 기자들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주제로 ‘2026 포럼W’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여성기자협회 제공
한국여성기자협회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위협 받는 기자들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주제로 ‘2026 포럼W’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여성기자협회 제공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곽아람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는 ‘기자가 스토킹 피해자가 되었을 때’를 주제로 자신이 6년간 겪어온 스토킹·디지털 성폭력 피해와 형사소송 과정을 소개했다.

 

곽 기자는 “가해자는 제가 쓴 기사와 회사 지시로 진행한 팟캐스트를 통해 저를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며 “단지 업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이 여성 기자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여성 기자와 남성 기자가 살고 있는 세상은 완전히 다르고, 여성 기자가 속한 세상이 훨씬 폭력적”이라며 “기사에 달리는 성적 악성 댓글과 협박성 메시지, 취재원∙독자로부터 스토킹과 성폭력을 당하는 경험은 여성 기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포럼에서 자신이 겪은 스토킹·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공유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여성기자협회 제공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포럼에서 자신이 겪은 스토킹·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공유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여성기자협회 제공

또 “기자라는 직업이 피해자를 특별히 보호해주지는 않는다”며 “현행 시스템에서는 피해자가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소외된다. 피해자는 국가기관과 사법절차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곽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 피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범죄 피해 발생 시 사내 신고 가이드라인 마련 △사내 2차 가해 방지 규정 구축 △2차 가해 조사 및 인사평가 반영 체계 마련 △법무팀 및 자문 변호사 지원 체계 공개 등을 언론계의 과제로 제안했다.

 

곽 기자는 자신이 겪은 디지털 스토킹 피해와 소송 과정을 담은 저서 ‘탁월한 피해자’를 최근 출간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사라지는 목소리들, 지켜야 할 뉴스룸: 젠더폭력에 맞서는 언론의 과제’를 주제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 여성 기자를 향한 온라인 폭력이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이 17일 한국여성기자협회 포럼에서 디지털 시대 언론인 보호 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여성기자협회 제공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이 17일 한국여성기자협회 포럼에서 디지털 시대 언론인 보호 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여성기자협회 제공

허 연구관은 “오늘날의 젠더폭력은 딥페이크와 누디피케이션, 동의 없는 이미지 유포 등 기술과 결합하며 더욱 치명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공격의 목적은 기자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 자체를 조롱하면서 공적 참여를 위축시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이 더 잘 알고, 더 오래 보고, 더 많이 연결해야 할 분야일수록 여성 기자가 더 위험해지는 역설이 생긴다”며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교제폭력과 교제살인, 혐오범죄를 더 적게, 더 단편적으로, 더 왜곡된 방식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연구관은 호주 공영방송 ABC와 영국 미디어그룹 리치(Reach plc)의 사례를 소개하며 △디지털 안전 전담 인력 배치 △24시간 온라인 학대 신고 시스템 구축 △법무·보안·인사·편집국이 함께하는 통합 대응 체계 마련 △플랫폼 및 수사기관과의 협력 채널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허 연구관은 “언론사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거대 플랫폼 기업과 공공기관, 수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보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문선 한국여성기자협회 회장은 “스토킹과 디지털 성폭력 등 피해를 당한 기자를 주변에서 찾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제대로 구제받은 사례는 많지 않다”며 “이번 포럼이 보다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포럼W는 한국여성기자협회가 언론계 주요 현안과 뉴스룸 문화 개선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이번 포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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