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라하라=남정훈 기자] “동료들이 ‘슈팅 연습 하지 말고 패스만 해라’라고 놀렸는데, 오늘은 제가 형들과 동료들에게 보여준 것 같아요”
홍명보호의 ‘중원 사령관’ 황인범(페예노르트)이 패스가 아닌 슛으로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평소 슈팅이 약해 동료들에게 슈팅 연습 하지말고 패스만 하라는 놀림을 받았던 그였지만,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까지 속여내는 환상적인 접기에 이은 센스있는 로빙슛으로 자신이 패스뿐만 아니라 슈팅에서도 장점이 있는 선수임을 증명했다.
황인범은 12일(한국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후반 22분 1-1 균형을 이뤄내는 동점골을 폭발시켰다. 황인범의 월드컵 통산 첫 골이었다. 황인범의 동점골로 분위기를 바꿔낸 홍명보호는 후반 35분 황인범의 크로스를 받은 오현규(베식타시)의 역전 결승골까지 터지며 2-1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황인범에게 동점골 상황을 물었다. “제가 골키퍼와 그렇게 1대1 기회를 맞이하는 것에 익숙한 선수는 아닌데 어떻게 공간이 있어서 침투했다. 강인이가 워낙 좋은 패스를 넣어줬는데 뭔가 각도가 없다고 판단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한 번에 때리기에는 상대 골키퍼가 워낙 신체조건도 좋고 해서 공간을 만들어내려고 한 번 접었는데, 다행히 상대 수비랑 골키퍼도 동작에 속았던 것 같다. 제가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그런 득점을 할 수 있다는 게 스스로 믿기지도 않으면서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대표팀 동료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황인범을 축하해줬다. 그는 “고맙다라는 말을 해줘서 나역시도 팀원들에게 많이 고마운 경기였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과, 나서지 못한 선수들도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팀의 승리를 끝까지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카타르 월드컵 때 느꼈던 팀 정신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경기들이 더 기대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신장 1m77의 크지 않은 신체조건으로 몸 싸움에선 약점을 보이지만, 킥력과 넓은 시야, 양발을 모두 잘 쓰는 능력을 앞세운 창의적인 패스와 과감한 스루패스를 날리는 황인범은 2018년 A매치 데뷔 이후 대표팀의 중원 사령관 역할을 해왔다. 다만 최근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해 9월 종아리, 11월엔 허벅지, 올해 3월엔 발목을 다쳤다. 3월 발목 부상 이후엔 ‘시즌 아웃’되면서 월드컵 출전에 대한 의구심을 낳기도 했는데, 빠르게 회복해 홍명보호의 중원 사령관으로 돌아왔다.
황인범은 “관리를 해도 불운하게 다가오는 게 부상이다. 3월의 부상은 매우 아쉽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면 월드컵 전까지 몸을 잘 끌어올릴 수 있었던 시간인 것 같아서 그런 부분에서는 또 감사해야 할 것 같다”라면서 “앞으로는 부상 없이 제가 좋아하는 축구를 행복하게 오래 하고 싶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대표팀 내 최고의 스타는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지만, 대표팀의 경기력을 가장 좌우하는 선수로는 황인범이 꼽힌다. 황인범의 존재 여부에 따라 전체적인 경기력이 달라진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에 부담감을 느끼진 않을까. 황인범은 “부담이 전혀 되지 않는다. 제가 부담되면 흥민이형이나 강인이나 민재, 희찬이 같은 선수들은 부담감 때문에 축구를 못 해야 되는 것 아닌가. 부담감 같은 거 전혀 없고, 경기장에 나서면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축구 선수다. 이런 월드컵 무대에선 더욱 그렇다. 제가 가진 장점을 모두 발휘할 수 있도록 제 옆에서 뛴 (백)승호에게 특히나 너무 고마웠던 경기였다”라고 설명했다.
황인범은 이날 공식 최우수선수 격인 ‘슈피리어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됐다. 체코전 맹활약을 발판삼아 개최국이자 A조 최강으로 평가받는 멕시코와의 19일 2차전에서도 중원 사령관으로서의 공수 연결 고리 역할, 때에 따라선 골을 터뜨릴 수 있는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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