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앞 거리응원에 4000여 명 몰려
“경기 보고 1시까지 들어가야 해요.”
직장 동료 두 명과 함께 월드컵 거리응원에 나온 증권사 직원 이모(26)씨는 베이글을 한 입 베어 물며 전광판을 바라봤다. 점심시간을 쪼개 나온 그는 “시간이 없어서 빨리 먹으려고 회사 앞에서 베이글을 사 왔다”고 말했다.
◆치맥 대신 베이글·샌드위치…점심시간 쪼개 나온 직장인들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의 첫 경기가 열린 12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에는 이른바 ‘브런치 월드컵’ 풍경이 펼쳐졌다. 여의도에는 증권사 등 기업이 밀집해있어 점심시간을 활용해 경기를 보려는 직장인들이 몰렸다. 시민들의 손에는 치킨과 맥주 대신 샌드위치와 베이글, 조각 피자, 닭강정, 커피가 들려 있었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은 26도를 웃돌았지만 현장은 응원 열기로 더 뜨거웠다. 한국이 득점 기회를 만들거나 상대 공격을 막아낼 때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고, 골이 터지자 시민들은 일제히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응원장에는 명찰을 목에 건 채 샌드위치와 닭강정 등을 포장해 온 직장인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경기가 막 시작된 오전 11시20분쯤,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김모(30)씨는 닭강정을 포장한 봉투를 들고서 응원장을 찾았다. 직장 동료들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왔다는 그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거리응원 소식을 알게 됐다”며 “오늘은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웃어 보였다.
동료들과 김밥, 닭강정을 포장해 온 직장인 김모(24)씨는 “회사가 여의도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나왔다”며 “원래 월드컵은 밤에 치킨을 시켜 먹으며 보는 맛이 있지만 이렇게 낮에 다 같이 모여 응원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 강모(40)씨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샌드위치를 먹으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회사에서 잠시 몰래 나왔다던 그는 “지금 어떻게 일을 하느냐”며 “회사에 다시 들어가기 싫다”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응원장 한편에서는 잠시 일하기 위해 노트북을 펼쳐 둔 채 경기를 보는 사람도 있었다. 인턴으로 근무 중인 표모(22)씨는 “오늘 마침 재택근무를 하게 돼 응원장에 올 수 있었다”며 “처음에는 낮 경기라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신선하고 재밌다”고 전했다.
‘금공강’을 맞아 응원장을 찾은 대학생들도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거리응원장을 찾은 안모(19)씨는 “공강이라 친구들과 경기를 보러 왔다”면서도 “분위기는 밤 경기가 조금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전광판 앞도 카페도 만석…4000명 몰린 여의도
이날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주변에는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 전광판 건너편 여의도역 5번 출구 앞 나무 그늘 아래에도 시민들이 빼곡히 모여 있었고, 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인근 카페와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최 측은 당초 응원 도구와 모자 등 굿즈 약 1000개를 준비했지만, 경기 종료 시점에는 약 4000명이 현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투자증권 본사 인근 카페에는 전광판 앞에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시민들은 개인 노트북과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경기를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카페에서 친구 세 명과 음료를 마시며 경기를 보던 대학생 이모(25)씨는 “원래는 전광판 앞에서 보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안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응원 속에 한국 축구대표팀은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를 2대 1로 꺾었다.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승리는 16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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