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목적으로 평양 무인기 작전을 감행해 우리나라 군사상 이익을 해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헌정사 최초로 일반이적 혐의로 사법부의 단죄를 받은 전직 대통령이 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민과 군을 불필요한 군사적 충돌 위험에 노출했고 실제로 군사상 기밀이 누출됐다며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각각 징역 30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의 경우 이례적으로 특검팀 구형량(징역 25년)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재판부가 이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은 국가 방위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군사력을 사적으로 활용했고,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활용해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위협을 초래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헌법 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병력을 활용해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인정돼야 한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국가비상사태 혹은 이에 준하는 상황이 필요하다고 인식했으며, 이를 위해 북한을 자극해 '국가적 안보 위기 상황'을 조성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봤다.
무인기 침투 등 일종의 '심리전'으로 활용해 북한을 자극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지전과 같은 북한의 무력도발 상황을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의 주된 근거가 된 것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2024년 10월 작성한 휴대전화 메모였다.
'불안정 상황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기회를 잡아야 한다', '(북한의) 체면이 손상돼 반드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타깃' 등 메모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작전이 비상계엄 상황을 조성하기 위한 것임을 암시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안전,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부여된 '비상계엄 선포 권한'이 모순적으로 국가에 위협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비상계엄 선포 목적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정당한 목적으로만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국민의 기본적인 믿음을 배신한 것이며 군상관 명령의 적법성 및 정당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켰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이들의 범행이 예비·음모 단계를 넘어 기수(범죄 결과를 발생시킨 상태)에 이르러 우리나라의 군사상 이익이 실제로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인기가 북한에서 추락하면서 군이 운용하는 무인기의 정보, 군의 전력 등이 북한에 노출돼 향후 유사한 작전 수행이 어려워졌으며, 사적 목적으로 군사 작전이 실행되면서 우리 국민과 군이 불필요한 위험 상황에 놓이게 된 점을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도발하지 않았지만, 이는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이 기여한 점이 아니라고 꼬집기도 했다.
재판부는 "합참에서 (작전의) 의도를 의심하면서 지시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 작전으로 인해 무력 충돌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강력한 도발을 하지 않은 것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일반이적죄의 보호법익이 국가의 존립과 맞닿아있는 만큼 재판부는 이러한 범죄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침해된 군사상 이익 및 정보가 중하다고 보이진 않지만 일반이적죄는 수많은 인명피해 혹은 국가 붕괴를 초래해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게 되는 만큼 '예방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작전의 최종 승인자로 윤 전 대통령, 작전을 주도적으로 계획·지시한 인물로 김 전 장관을 지목하며 이들에게 동일하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경우 이들의 지시에 수동적으로 가담한 점, 작전이 비상계엄을 위한 상황 조성을 위한 것임은 알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의 경우 앞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체포 방해 혐의로는 2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만약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통상 무거운 형부터 먼저 집행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 형을 먼저 집행 받게 된다.
무기징역은 수형자가 사망해야 끝나는 형벌인 만큼 사실상 나머지 유기징역 형은 집행이 어려울 수 있으나 가석방 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북한과 관련해 일반이적 혐의로 처벌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향후 항소심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연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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