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갑작스럽게 원유 수입을 줄이면서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을 우려하던 세계 경제에 뜻밖에 숨통을 열어준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중국 세관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중국의 하루 평균 원유 수입이 780만배럴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하루 평균치인 1100만배럴보다 300만배럴 넘게 줄어든 것이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중국이 어떤 이유에서 이처럼 갑자기 원유 수입을 줄였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대의 중국 정유 시설 전문가인 에리카 다운스는 “수수께기 같다”며 “이게 전부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중국이 원유 수입을 줄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비 감소와 충분한 비축유 등이 꼽힌다. 지난달 노동절 연휴 중국인들의 비행기 이용은 전년보다 5.7% 줄고 기차 이용은 4.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 규모도 53%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시에 중국의 석유화학 공장에서 원유로 플라스틱, 포장재, 산업용품 등에 쓰이는 에틸렌 원료를 만드는 가동률도 낮아졌다고 WSJ은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지난 2월 시작된 이란 전쟁 이전까지 수개월에 걸쳐 값싼 러시아산·이란산 원유를 비축해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이 비축해놓은 원유 재고는 비공식적으로 10억∼14억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최소 수개월은 수입 없이 버틸 수 있을 만한 규모다.
이 같이 중국이 쓸어가던 원유가 줄어들면서 국제 유가에는 뜻밖에 숨통이 트이는 상황이 됐다고 WSJ은 분석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통항이 차단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를 찍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전쟁이 100일 넘게 이어지고 국지적 충돌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브렌트유는 대체로 1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동시에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이 4월과 5월 각각 하루 원유 수출을 500만배럴 이상으로 늘린 것도 국제 유가를 잡는 효과를 낸 것으로 WSJ은 진단했다. 그간 미국의 하루 평균 원유 수출은 400만배럴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원유 수입 감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여름철에는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원유 구매를 늘릴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향후 1∼2주 안에 원유 현물 구매에 복귀할지 여부가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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