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 타원형 공간을 뜻하는 라틴어 ‘키르쿠스(circus)’. 고대 로마 시대에는 전차 경주 등이 열리던 타원형 경기장을 뜻했다. 여기서 유래한 서커스가 시작된 건 1768년 영국 런던 원형 승마장에서다. 말 묘기와 기예를 선보이고 이후 곡예사와 광대 등이 참여하면서 현대적 서커스가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1925년 목포 사업가 동춘 박동수가 동춘서커스단을 창단한 뒤 1960∼70년대까지 서커스가 대중 공연의 한 축을 이뤘다. 하지만 영상 매체와 대중오락의 변화 속에 전통적 서커스는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런 가운데 올여름 모처럼 다양한 서커스 무대가 관객을 찾는다. 전통적 묘기를 넘어 무용과 미디어아트, 아크로바틱, 대형 테마파크 공연까지 결합한 현대서커스가 잇따라 선보인다.
◆우주의 회전을 무대로…서커스 ‘자전’
컨템퍼러리 공연예술단체 포스(FORCE)는 20일 은평문화예술회관 공연장에서 현대 서커스 ‘자전(Rotation)’을 선보인다. 고난도 서커스 기술과 신체 퍼포먼스,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융복합 공연이다. 우주의 원리인 ‘자전’과 ‘공전’에서 영감을 받아 자체 개발한 회전 장치와 영상, 사운드로 독창적 무대를 구현했다. 지구와 우주의 현상을 연구하던 연구원들이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정이 줄거리다. 대사 없이 신체 움직임과 이미지, 음악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비언어극으로서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언어와 연령의 경계 없이 즐길 수 있다. 서커스와 무용, 미디어아트의 유기적 결합으로 ‘인간의 순환과 연결’이라는 주제를 감각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서로를 지탱하는 균형의 미학… 아시아 초연 '인커먼'
경기아트센터에선 26∼27일 대극장에서 호주 서커스단 ‘원 펠 스웁 서커스(One Fell Swoop Circus)’의 대표작 ‘인커먼’을 선보인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전석 매진을 비롯해 캐나다·뉴질랜드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동해 온 단체다. 한국에서 선보일 무대는 호주공연예술마켓 초청작이자 멜버른 프린지 페스티벌 ‘최고의 서커스상’ 수상작이다. 작품은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연결과 공동체의 가치를 서커스라는 예술 언어로 풀어낸다. 무대 위엔 강철 폴과 로프로 이뤄진 거대한 ‘텐세그리티(tensegrity)’ 구조물이 등장한다. 인장(tension)과 구조적 완전성(structural integrity)의 합성어인 텐세그리티는 압축과 장력의 균형만으로 형태를 유지하는 구조를 뜻한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이 구조물은 공연 내내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며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관계와 연결망을 상징한다. 여섯 명의 아크로바틱 예술가가 유동하는 구조물 위에서 서로를 붙잡고 기대고 들어 올리며 아슬아슬한 균형을 만들어낸다. 누군가의 무게를 받아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순간들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을 보여준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인커먼은 현대 서커스의 역동적 움직임을 통해 공동체와 신뢰, 서로를 지탱하는 관계의 가치를 깊이 있게 전하는 작품”이라며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우수작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해 동시대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놀이터’가 된 무대… 싱크 넥스트의 코드세시
동시대 첨단 무대를 보여주는 세종문화회관의 ‘싱크 넥스트’도 올해 처음으로 서커스 아티스트를 무대에 올린다. 8월 1∼3일 공연하는 코드세시는 컨템퍼러리 서커스를 기반으로 기예와 오브제, 연출을 결합해 서커스를 동시대 공연예술로 확장해 온 아티스트다. 이번 공연에선 ‘놀이터’를 주제로 다양한 기예 도구와 움직임을 활용해 규칙과 균형이 빚어내는 긴장과 변화를 무대에 구성한다. 기술 중심의 묘기를 넘어 구조와 감각을 함께 다루는 공연 형식으로서 서커스의 가능성을 보여줄 전망이다.
◆태양의 서커스 DNA 지닌 에버랜드 ‘윙즈 오브 메모리’
용인 에버랜드에선 지난 4월부터 ‘윙즈 오브 메모리(Wings of Memory)’를 매일 2회씩 공연 중이다. 태양의 서커스, 세븐 핑거스와 함께 서커스 강국 캐나다에서 3대 서커스 제작사로 꼽히는 엘로와즈와 에버랜드가 약 1년 6개월에 걸쳐 협업한 작품이다. 태양의 서커스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곡예 디자이너, 서커스 코치 등 연출진 20명이 방한해 제작에 참여했고 글로벌 공연단과 예술대학 출신 아티스트 20여명이 출연한다. 약 1000석 규모 전용 극장에서 40분간 펼쳐지는 공연은 콘토션, 에어리얼 폴, 러시안 스윙 등 7종의 고난도 기예에 댄스·영상·음악·특수효과를 결합했다. 숲 속에서 고니와 정령을 만난 소녀 이엘이 비밀의 세계로 들어가 우정과 용기, 동심을 회복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공중을 나는 고니 퍼펫과 움직이는 배 등 무대장치에 프로젝션 맵핑, 아이스 포그 등 멀티미디어 기술을 더해 환상성을 극대화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큰 정치인’ 고노 요헤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12/128/20260612500224.jpg
)
![[기자가만난세상] 아이 낳기 ‘더’ 좋은 나라 되려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07/03/128/20250703518632.jpg
)
![[세계와우리] 비핵화 밀어낸 북·중 정상회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22/128/20260122518803.jpg
)
![[김양진의 선견지명] 기지市 이야기](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5/28/128/20260528519355.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