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후 ‘입국 심사’ 강화로 이용 불편
결국 캐나다 영토 안에 새로운 출입구 만들어
미국 버몬트주(州)와 캐나다 퀘벡주 간 경계선에 걸쳐 있는 ‘해스켈(Haskell) 무료 도서관 및 오페라 극장’은 100년 넘는 기간 동안 미국·캐나다 우정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미국인 및 캐나다인들이 저마다의 전용 출입구로 일단 건물 안에 들어가면 여권 없이도 양국의 국경선을 넘나들며 공짜로 책을 열람하고 공연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캐나다와의 관계가 나빠지며 ‘입국 심사 강화’라는 명분 아래 폐쇄된 캐나다인 전용 출입구가 최근 다른 곳에 부활했다.
10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퀘벡주에서 미국 영토를 거치지 않고 해스켈 도서관·극장에 입장할 수 있는 캐나다인 전용 출입구가 완성돼 준공식을 가졌다. 과거에는 미국인은 물론 캐나다인을 위한 전용 출입구도 미국 버몬트주 영역 안에 있었다. 1904년 이래 캐나다인들은 여권을 소지할 필요 없이 버몬트주 영역을 거쳐 해스켈 도서관·극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만 도서 열람이나 공연 관람을 마친 뒤에는 신속히 퀴벡주 영역 안으로 복귀해야 했다.
그런데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예전 같은 자유로운 왕래가 불가능해졌다. 트럼프는 “수많은 불법 이민자들이 캐나다를 경유해 미국으로 유입된다”며 캐나다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범죄와 유통되는 마약의 상당수가 캐나다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캐나다 간 국경선은 약 9000㎞에 달하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
트럼프의 명령에 따라 미국 행정부는 2025년 3월 캐나다인들이 미국 버몬트주 영역을 거쳐 해스켈 도서관·극장에 입장하는 것을 금지했다. 굳이 도서관·극장을 이용하고 싶거든 여권을 소지하고 정식 입국 심사 절차를 거쳐 미국 땅을 밟으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당시는 트럼프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Governor)라고 각각 부르며 조롱을 일삼아 캐나다 국민 사이에 반미 감정이 고조되던 때였다. 해스켈 도서관·극장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도 캐나다인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 캐나다 퀴벡주 정부는 미국 버몬트주에 있던 캐나다인 전용 출입구를 대신할 새 출입구 개설을 결정했다. 캐나다인들이 미국 땅을 안 거치고 바로 해스켈 도서관·극장에 입장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공사에는 60만캐나다달러(약 6억5700만원)가 들었는데, 주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전액 주민들 모금으로 충당했다. 이로써 캐나다인들은 예전처럼 도서관 및 극장 안에서 캐나다·미국 국경선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됐다.
해스켈 도서관·극장 이사회 실비 부드로 의장(캐나다인)은 캐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록 출입구는 다르지만 도서관·극장 안의 사람들은 (캐나다인, 미국인 가릴 것 없이) 똑같이 문학, 예술, 문화를 감상한다”며 “거기에는 어떤 칸막이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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