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실제 신체적 통증으로 여겨
보상의 하향평준화 접근이 아닌
사회적 규칙 공정성 바로 세워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대규모 성과급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대중의 반응은 늘 흥미롭다. 많은 사람은 축하나 부러움보다 먼저 깊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여기서 한 가지 기이한 현상이 드러난다. 성과급 소식에 마음이 불편해진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실제로 더 가난해진 것이 아니다. 연봉이 깎인 것도 아니고, 통장 잔고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절대적인 경제적 조건은 어제와 다르지 않은데도, 왜 타인의 영달은 우리의 마음 한구석을 이토록 시리게 하는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절대적 수준보다 상대적 위치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임을 보여줘 왔다. 대표적으로 솔닉(Sara J Solnick)과 헤멘웨이(David Hemenway)의 기념비적인 연구(1998년)에서는, 응답자들에게 절대 수준은 더 높지만 타인보다 뒤처지는 상태와 절대 수준은 더 낮지만 타인보다 앞서는 상태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을 때, 적지 않은 이가 후자를 택했다. 자신이 물질적으로 부족하지 않다는 절대적 정보는 사람들의 감정에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지만,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상대적 서열 정보는 즉각적인 분노와 적대감, 격렬한 심리적 동요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형편을 고립된 절댓값이 아니라,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나의 만족은 홀로 존재하는 절대 좌표가 아니라, 타인이라는 거울에 비친 상대 좌표 위에서 흔들린다.
뇌영상연구에 의하면 이 감정이 단순한 심리적 기분 탓이 아니라 뇌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들에 의하면, 사회적 비교 상황에서 내가 뒤처졌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 뇌의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과 섬엽(Insula)이 강하게 활성화된다. 이 두 영역은 원래 칼에 베이거나 불에 데었을 때와 같은 실제 신체적 고통과 물리적 위험을 감지하고 처리하는 곳이다. 즉, 타인의 압도적인 성과급 소식을 듣고 느끼는 괴로움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뇌는 이를 실제로 뼈가 부러지거나 살이 찢어지는 듯한 신체적 통증으로 받아들인다. 상대적 박탈감은 마음에서 나오는 엄살이 아니라, 뇌가 실제 부르짖는 진짜 아픔인 셈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나 비교 자극을 받을 때 뇌의 기본모드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역시 과활성화된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 네트워크는 인간이 자아를 성찰하고, 자신의 가치와 사회적 위치를 자각할 때 작동하는 핵심 영역이다. 즉, 타인의 거대한 보상 소식은 단순한 정보 처리를 넘어, 뇌로 하여금 나의 존재 가치를 바닥부터 다시 계산하게 만드는 강력한 실존적 자극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만성적인 사회적 통증을 우리는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 단순히 모든 기업이 보상을 더 많이 주자거나 하향평준화를 하자는 식의 접근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자원의 희소성이 존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대적 비교와 그로 인한 격차는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짜 해결책은 보상의 투명성과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 회복에 있다. 인간은 자신이 남들보다 적게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그 격차가 벌어지는 과정이 정당하지 않다고 느낄 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과 분노를 느낀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규칙과 기회의 평등 속에서 도출된 격차라면, 우리 뇌는 이를 위협이 아닌 인정과 동기부여로 받아들일 여지가 생긴다.
매년 반복되는 대기업 성과급 논란과 그에 따른 사회적 진통은 단순한 돈 문제만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구성원들의 심리적 생존과 비교에서 오는 고통을 어떤 제도와 규범으로 완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제 격차의 크기만을 논할 것이 아니라, 격차를 대하는 사회적 규칙의 공정성을 바로 세우는 일에 우리 사회가 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권준수 한양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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