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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주가 아니다…가온전선,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올라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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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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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전선이 미국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저압 전선 제조업체로 알려졌던 회사가 최근 데이터센터용 버스덕트와 전력 케이블 수주를 잇달아 따내면서 사업 무게중심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실적과 수주 규모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난다.

 

가온전선 제공
가온전선 제공    

10일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1월 전선·변압기 등 국내 전력기기 수출은 71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1.3% 늘었다.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AI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전력기기 수출의 새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반도체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성능 서버와 냉각 설비를 돌리려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이 전력을 안정적으로 끌어오고, 나누고, 각 설비에 보내는 장비가 데이터센터 건설의 핵심으로 올라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을 약 415TWh로 추정했다. 2030년에는 945TWh 안팎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전체 전력 수요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한다는 점에서, 전력망·케이블·변압기·버스덕트 업체의 몸값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가온전선의 변화는 미국 자회사 LSCUS에서 시작됐다. LSCUS는 미국 AI 데이터센터용 버스덕트 공급 계약을 잇달아 확보하며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5월 가온전선은 미국 빅테크 A사와 5년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다. 올해 약 500억원 규모 공급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누적 공급 규모가 최대 4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밝혔다. 단발성 납품이 아닌 장기 프레임 계약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이달 9일에는 생성형 AI 기업 데이터센터에도 버스덕트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공급 규모는 약 600억원이다. 기존 글로벌 빅테크 중심 고객군을 생성형 AI 기업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LSCUS가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확보한 버스덕트 장기 공급 계약 규모는 총 5조원을 웃돈다. 이번 계약까지 더해지면서 가온전선은 미국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공급망 안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버스덕트는 대용량 전력을 나눠 보내는 배전 설비다. 구리나 알루미늄 도체를 절연 처리한 뒤 금속 케이스 안에 넣은 구조다. 일반 케이블보다 공간 활용도가 높고, 증설·유지보수 대응이 유리하다. 서버 밀도가 높고 전력 사용량이 큰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안정적인 내부 전력 분배가 중요해진다.

 

가온전선의 강점은 버스덕트에만 머물지 않는다. 회사는 최근 미국 AI 데이터센터 전력망에 약 350억원 규모의 중전압 케이블을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데이터센터 외부 전력망용 케이블과 내부 전력 분배용 버스덕트를 함께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실적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LSCUS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약 13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약 1100억원보다 20% 이상 늘었다. 회사 측은 AI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이 전년보다 3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온전선 전체 실적도 커졌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5456억원으로 전년 1조7271억원보다 47.4% 증가했다. 연결 자회사 편입 효과와 북미 시장 확대가 외형 성장을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관건은 수주 이후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전력 인프라 장비는 납기와 생산능력이 경쟁력이다. 장기 프레임 계약은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될 수 있지만, 실제 매출 인식은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투자 일정과 발주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LS전선 그룹 차원의 생산 체계도 중요해졌다. 이번 버스덕트 계약 물량은 LS전선 경북 구미 인동공장에서 우선 공급된다. 2026년 완공 예정인 LS전선 멕시코 생산법인도 북미 대응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정현 가온전선 대표는 “국내 배전 케이블 시장 1위로서 축적한 기술력과 공급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가온전선의 재평가 여부는 이제 수주 규모보다 실행력에 달려 있다. 버스덕트와 케이블을 제때 공급하고, 추가 발주를 실제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전선주라는 오래된 이름표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주로 바뀌려면, 다음 숫자는 계약이 아니라 납품과 이익에서 나와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전선업체의 경쟁력이 전선 판매량에 있었다면 지금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공급 능력으로 평가 기준이 바뀌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계속되는 한 버스덕트, 변압기, 전력케이블 같은 전력 설비 수요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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