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부담 낮추려던 제도 취지 퇴색 논란 확산
법인카드 사용 2조원 돌파…‘접대 골프’ 부활 신호탄?
최근 골프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상품은 그린피 할인도, 캐디 서비스도 아니다. 고급 승용차를 연상시키는 ‘리무진 카트’다.
이용료만 팀당 최대 20만원에 달하지만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고급 서비스 경쟁의 중심에 회원제 골프장이 아니라 대중형(퍼블릭) 골프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골프 대중화를 명분으로 각종 세제 혜택을 받아온 대중형 골프장들이 정작 고가 서비스를 앞세운 프리미엄 경쟁에 나서면서 제도 취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6’에 따르면 전국 18홀 이상 골프장 409개소 가운데 145개소(35.5%)가 리무진 카트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중형 골프장이 87개소로 회원제 골프장(58개소)보다 많았다.
확산 속도도 가파르다. 리무진 카트 도입 골프장은 2023년 28개소에서 2024년 66개소, 2025년 99개소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5월 기준 145개소까지 증가했다. 불과 3년 만에 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일반 5인승 전동 카트 이용료가 통상 10만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리무진 카트는 약 2배 수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고가 서비스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골프장들의 도입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리무진 카트 확산은 지역별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수도권이 61개소로 전체의 42.1%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뒤이어 ▲강원 26개소 ▲영남 19개소 ▲충청 18개소 ▲호남 17개소 ▲제주 4개소 순으로 집계됐다. 골프업계에서는 접대 수요와 법인 라운드가 집중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리무진 카트 도입이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골프장의 수익 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리무진 카트는 기존 카트보다 약 2배 높은 이용료를 받을 수 있어 골프장 입장에서는 부가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상품으로 꼽힌다. 실제로 대중형 골프장들은 그린피 인상에 한계가 있는 만큼 각종 부대 서비스를 확대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대중형 골프장 제도의 핵심은 세제 혜택을 통해 이용객 부담을 낮추는 데 있다. 그러나 골프장들이 그린피 외 부가서비스 수익 확대에 집중하면서 제도 혜택이 실제 소비자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부는 골프 대중화를 위해 대중형 골프장에 개별소비세·교육세·농어촌특별세 면제와 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3년간 대중형 골프장에 대한 세제 지원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수요층을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법인카드 사용 규모는 골프장이 접대와 비즈니스 목적의 소비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국세청 및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등에 따르면 골프장에서 사용된 법인카드 금액은 2024년 기준 2조58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증가했다. 전체 골프장 매출에서 법인카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28.5%로 확대됐다. 2019년 1조2892억원이던 법인카드 사용액은 2020년 1조5195억원, 2021년 1조9160억원, 2022년 2조1625억원으로 증가했다. 2023년 1조8712억원으로 일시 감소했지만 지난해 다시 2조585억원으로 늘며 반등했다.
전체 매출 대비 법인카드 비중 역시 구조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인 2018년 26.0%까지 낮아졌던 비중은 ▲2020년 26.8% ▲2021년 27.3% ▲2022년 27.9%로 다시 상승했고, 2023년 25.5%로 하락했다가 2024년 28.5%로 재상승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법인카드 사용 비중이 다시 높아지는 현상이 골프장의 접대 기능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리무진 카트 등 고가 부가서비스 확산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은 공공 통계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골프 참여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비용 부담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골프 참여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이 큰 종목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여가활동조사에서도 골프는 주요 여가활동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 부담이 수반되는 활동으로 조사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KSPO)의 스포츠산업 관련 통계에서도 골프 산업은 스포츠 분야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분류된다.
결국 골프는 대중화를 표방하면서도 수익 구조는 점점 프리미엄화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높은 그린피와 식음료 가격에 이어 리무진 카트까지 확산되면서 대중형 골프장 제도의 취지와 실제 시장의 방향 사이의 간극도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투자비를 반년이면 회수할 수 있는 전동카트 대여료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골프장들의 수익 극대화 전략”이라며 “10만원 수준의 일반 카트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20만원짜리 리무진 카트 확산은 골프를 대중 스포츠가 아닌 고급 사치성 스포츠로 되돌리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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