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피해 비규제지역 매수세 이동
반도체 호재, 청년층 대출 매수 겹쳐
“집값의 70%가 빚이라고?”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로 2030세대 매수자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반면, 동탄은 비규제지역이라 상대적으로 대출 여건이 나은 편이다.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 조성 기대감도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들어가려는 수요가 유입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출을 활용한 주택 매입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화성시 동탄구의 집합건물 대출지수 평균은 71.55를 기록했다. 집합건물 대출지수는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 집합건물 매매 때 매매실거래가 대비 근저당권 설정금액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보통 은행은 대출을 취급할 때 실제 대출금보다 높은 금액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한다. 이 때문에 근저당권 설정액만으로 실제 대출 규모를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등기부상 근저당권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주택 매입 과정에서 대출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최근 동탄에서는 매수 자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로 충당하는 거래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넉 달 만에 3배 높아진 대출 비중
동탄의 대출지수는 올해 들어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1월 21.95였던 지수는 2월 60.29로 뛰었다. 3월 61.81, 4월 64.02를 거쳐 5월에는 70선을 넘어섰다. 연초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수도권 주요 지역과 비교해도 눈에 띈다. 5월 기준 서울 평균 대출지수는 49.01, 경기도 평균은 64.10으로 집계됐다. 서울 금천구 63.02, 노원구 56.57, 도봉구 55.57은 물론 경기 광명시 63.84, 수원 영통구 59.02보다 동탄의 대출지수가 높았다.
이 수치는 동탄 주택 시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매수세는 살아났지만 자금 조달의 상당 부분을 대출에 의존한 거래가 많았다는 얘기다. 집값 상승 기대와 실수요가 맞물리면서 대출을 활용한 매입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은 막히고, 동탄은 열렸다
시장에서는 이를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서울 주요 규제지역의 대출 문턱은 높아졌다. 반면 동탄은 비규제지역으로 남아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여지가 컸다.
같은 소득과 자본을 가진 매수자라도 서울과 동탄에서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금액은 달라진다. 서울에서 원하는 집을 사기 어려워진 청년층이 경기 남부 신도시로 눈을 돌린 배경이다.
동탄의 흐름을 규제 회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동탄의 대출지수는 구리시 62.08, 김포시 65.01, 용인 기흥구 63.36, 평택시 67.26 등 다른 경기권 비규제지역 보다도 높았다. 동탄만의 호재가 따로 작동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호재가 키운 ‘지금 사야 한다’는 심리
동탄에는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 기대감이 강하게 붙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대기업 성과급 기대, 교통망 확충 계획이 함께 거론된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진입해야 한다는 심리가 청년층을 자극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동탄 아파트 매매 거래 3189건 가운데 20대와 30대 매수 비중은 52.8%에 달했다. 거래 절반 이상을 청년층이 차지한 셈이다. 자산 축적 기간이 길지 않은 세대가 대출을 통해 매수에 나선 구조다.
동탄으로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 조성 기대감에 직주근접 여건까지 갖추면서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함께 유입되고 있다.
대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시장 변화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집값 상승이나 소득 증가를 기대하고 매수에 나섰더라도, 금리와 경기 여건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 상환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집값보다 먼저 찾아오는 ‘대출 부담’
대출은 매수 문턱을 낮춰준다. 그만큼 집을 살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진다. 문제는 이후다. 집값 상승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경우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은 그대로 남는다.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청년층이라도 생활비와 대출 상환이 겹치면 부담을 느끼는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하반기 금융권 대출 관리도 변수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적용과 은행권 대출 한도 조정이 맞물리면, 새로 집을 사려는 수요는 물론 이미 대출을 낀 매수자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동탄을 받치는 실수요는 여전히 두텁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최근 매수 과정에서 대출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앞으로 금리와 시장 흐름에 따라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동탄은 산업 호재와 실수요가 함께 있는 지역이라 단순 투기 수요로만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대출 비중이 빠르게 높아진 만큼 금리 상승이나 시장 조정 국면에서는 상환 능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교통망 확충 기대감이 있는 데다 실거주 수요도 꾸준한 지역”이라며 “집값 상승 기대만 보고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기보다는 금리 변동과 상환 부담까지 고려한 자금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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