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전장은 법정 아닌 시장
사회·윤리적 책임의식 가져야
기업·소비문화 성장 계기 되길
그야말로 마케팅 ‘참사’라는 표현이 과언이 아닙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이 날이 갈수록 열띠게 번지고 있습니다. 5월18일 스타벅스 홍보행사의 일환으로 사용된 문구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사 진압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스타벅스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선불카드 전액 환불이라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적극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요.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를 포함한 시민단체 일원들이 스타벅스코리아 임원진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종의 상징적인 제스처로 받아들여졌던 이 고소 건은, 고 박종철 열사의 친형이 피해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처벌의사를 밝히고, 이벤트 관계자 중 일부가 휴대폰 임의제출을 거부한 것에 대해 경찰청에서 압수수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공표하면서 그 심각성을 부각시켰습니다. 정말로, 이번 사태가 법정까지 가게 될까요?
현재 수사기관에서 검토하는 죄명은 세 가지입니다. 바로 5·18특별법위반죄, 명예훼손죄, 모욕죄인데요. 현행 법률은 5·18민주화운동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5·18이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거나, 폭력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문제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문구만으로는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있는 특정한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명예훼손죄도 성립하기 어렵고, 남는 것은 모욕죄뿐입니다. 그런데 맥락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와 의도를 가질 수 있는 저 짧은 문구가, 구체적인 이미지나 영상과의 결합 없이 단순히 제품 홍보에 쓰였다면, 그것만으로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경멸적이고 비하적인 표현으로 인정되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형사가 어렵다면 민사는 어떨까요? 형사책임은 사회의 법질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지만 민사책임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데 대하여 행위자의 개인적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따라서 범죄가 아니어도 민사상 불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요건이 필요합니다. 민사상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는, 형법의 명예훼손죄처럼 공연성을 까다롭게 따지진 않는 대신 고의나 과실, 불법행위의 존재, 그리고 실제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소송의 주체와 객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의 문제에서부터, 고의 또는 과실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피해 규모는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유족의 사회적 명예나 신용이 훼손되었음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등등 수많은 난관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사건은 해외 언론에서도 유독 많이 다루었는데, 사회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전례가 별로 없기에 외국인들도 관심을 갖는 듯합니다. 2015년 고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하는 합성사진이 치킨 브랜드의 공식 페이스북에 게시물로 올라온 사건이 있었으나, 유족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직위 해제로 끝났고 고소나 소송까지 가진 않았습니다. 2017년 미국에서는 펩시광고 속에서 모델 켄들 제너가 무장진압 경찰에게 콜라를 건네는 장면이 흑인 과잉 진압 반대인권운동을 무분별하게 차용했다는 논란을 일으켰고, 2018년 중국에서는 돌체앤가바나가 패션쇼 홍보영상에서 중국 전통문화를 조롱하고 폄하했다는 논란을 일으켰지만, 해당 기업에 대한 사법기관의 제재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돌체앤가바나 사건의 경우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는데, 패션쇼가 취소되고 난리가 벌어지는 와중에 한 패션 블로거가 돌체앤가바나의 공동 창업자이자 디자이너와 나눈 인종차별적 DM 메시지를 공개했던 것이죠. 그야말로 불난 집에 휘발유를 통째로 들이부은 격인데,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 매출액 30% 감소라는 치명타를 입은 돌체앤가바나는 해당 블로거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6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청구액으로 소송을 걸었지만, 소송 자진 철회 및 기각으로 씁쓸한 마무리를 지어야 했습니다.
돌체앤가바나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의 진짜 전장은 법정이 아니라 시장입니다. 소비자 환불, 브랜드 가치 하락, 불매운동, 투자자 신뢰 저하 등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화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스타벅스는 명실공히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카페 브랜드입니다. 애정과 인기가 컸던 만큼 과오에 대한 질책도 큰 것은 감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의 사회적, 윤리적 책임에 대한 의식이 더 확고히 자리 잡길 바랍니다. 전국 규모 마케팅이 국민에게 미치는 파급력과 영향력을 기업 관계자들은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소비자들도 ‘갑’이 되었다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합법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의 불매운동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 잘못 없는 매장 매니저나 파트너들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환불제도를 악용해 카드깡을 시도하거나, 닉네임 호출 서비스를 이용해 혐오 표현을 공공연하게 하는 등 ‘훌리건 소비자’가 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헌법의 원리원칙에 따라 표현의 자유에 일정 부분 제한을 받는 건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살다 보면 비가 내리고 땅이 물바다가 되는 건 피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다음에 그 땅이 어떻게 굳어지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기업문화와 소비자문화를 한층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열을 가하고, 분쇄하고, 볶고, 숙성시킨 커피가 깊고 그윽한 맛을 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서아람 변호사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ICC](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8/20/128/20260820523165.jpg
)
![[기자가만난세상] 쪼갰는데 더 커진 당국의 예산 권한](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07/17/128/20250717520228.jpg
)
![[삶과문화] ‘손맛’이 ‘에이스’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2/128/20260402520364.jpg
)
![[박일호의미술여행] 말을 걸어오는 색 면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8/20/128/20260820518833.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