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고공행진하자 정부가 긴급회의를 열고 외환시장에서의 교란 행위·불법 거래를 조사해 엄정 조치하기로 했다. 원·달러 환율은 6일 야간거래(오전 2시 마감)에서 장중 1560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고환율·고물가·고금리로 이어지는 ‘3고(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를 넘어선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고한 상황이어서 물가와 금리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 “투기적 거래에 쏠림 가속화… 불법거래 조사”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수출입 기업들이 수입대금 지급을 앞당기거나 수출대금 수령을 과도하게 지연시키는 불법거래를 하는지에 대해 불법 외환거래 대응반을 통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아울러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약세 흐름에 편승한 투기적 움직임 또는 시장교란 의심 행위가 있는지를 한국은행·금융감독원의 검사 등을 통해 점검해 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시장 교란 의심 행위는 시장 기능을 교란하거나 가격발견과정을 방해할 의도로 거래, 고객에게 불리하게 가격을 변동시키려는 의도로 특정 시점에 고객의 주문보다 큰 규모로 일방향 거래 등이 해당한다.
구 부총리는 이 외에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투명성 제고와 국내 외환시장으로의 흡수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회의에는 구 부총리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 등 자금·외환시장을 규율하는 4개 기관장이 참여했다.
구 부총리 등은 “지나친 환율 변동성 확대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으며,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쏠림 현상은 용인하지 않겠다”며 이런 대응 방침을 확인했다.
관계 당국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 조정 및 차익실현 등수급 요인도 존재하지만, 일부 투기적 거래가 쏠림 현상을 가속했다고 평가하고서 이처럼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치솟는 환율… 구제금융 사태 후 최고
정부가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은 최근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6일 야간거래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최고 1561.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3월6일(장중 고가 1597.0원) 이후 17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1539.1원)보다 19.9원 높은 1559.0원으로 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5일부터 환율이 1500원대를 유지하면서 2분기 평균 환율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들어 이달 5일까지 평균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1490.98원으로, 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최근 원화가 주요국 통화보다 유독 약세인 주 요인으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가 꼽힌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115조63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5일(현지시간)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로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커지고 미 증시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심리가 흔들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다.
수출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 푸는 데 유보적인 점, 내국인의 지속적인 해외투자, 한·미 기준금리차 등도 환율을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세가 진정되거나 미국과 이란의 협상 타결 등으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환율 안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환율은 1∼3개월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3.1%로 올라선 데다 당분간 3%대 상승률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은은 고물가에 대응해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시장금리가 한은의 통화긴축 기조 선회를 선반영하면서 은행권 대출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39∼7.33%로 집계됐다. 지난달 8일(연 4.40∼7.00%)보다 금리 상단이 0.33%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말(연 3.93∼6.23%)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상단이 1.10%포인트 뛰었다. 5대 은행 고정금리가 7.3%를 넘은 것은 2022년 10월 말(7.33%) 이후 3년8개월여 만이다.
◆코스피 극심한 변동성… 시총 상위도 ‘출렁’
증시에서는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가총액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7개 종목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순위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 2위 SK하이닉스, 10위 KB금융은 순위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말 시총 4위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3위로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 밖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8위→15위 △두산에너빌리티 9위→14위 등이 10위권에서 이탈했다.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3위에서 이달 6위로 3계단 내려왔다. HD현대중공업도 기존 6위에서 9위로 밀려났다.
반면 최근 주가가 급등했던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 시총이 34위였지만 이달에는 5위로 무려 29계단 뛰었다. 지난해 말 삼성전기 시총은 19조470억원이었지만 이달 131조2370억원으로 7배 급증했다. 인공지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기대감에 삼성전기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589%에 달한다. 그 밖에 △삼성생명 18위→7위 △삼성물산 13위→8위 △SK스퀘어 7위→3위 △현대차 5위→4위 등이 지난해 말보다 순위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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