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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무대, 멈추지 않았다… 연우무대·극단76 '창단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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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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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무대, 6일 '잔류시민' 개막… 한국전쟁기 '부역자 재판'을 무대로
극단76, '리어의 역'·'관객모독' 잇따라… 실험·전위 50년을 결산

"76소극장 그룹의 '관객모독'은 젊은 의식들이 만들어낸 주목할 만한 작품이었다. 그들의 참신한 감각과 도전으로 오늘에 안주하는 기성세대들은 80년대의 젊은 그들을 위해 길을 비켜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1979년 동아일보)

 

"분단의 현실을 전후세대의 시각에서 다룬 연극('한씨연대기')이 젊은 관객들의 열띤 호응 속에 또다시 무대에 올려졌다…20대 말 30대 초의 젊은 연기자들인 문성근 양희경 박용수 오인두 김경희가 역사상 인물인 트루먼 맥아더 마샬, 원작상 인물인 한영덕 서학준 등으로 일인다역의 다양한 변신을 하면서…"(1985년 조선일보)

 

뚜렷한 개성과 작품 세계로 여러 명배우와 연출가를 배출한 극단76과 연우무대. 한쪽은 창작극과 현실참여 연극으로, 다른 한쪽은 실험과 전위로 1980년대 이후 한국 연극의 두 축을 이뤄왔다. 한국 현대연극의 두 산실이 창단 50주년 기념 무대를 열었다. 모두 '판단'과 '권력'이라는 화두를 무대 한가운데로 끌어올린다.

‘리어의 역’. 주다컬쳐·극단76 제공
‘리어의 역’. 주다컬쳐·극단76 제공

◆"창작극만 무대에 올린다"

 

연우무대는 1977년 2월 정한룡을 중심으로 서울대 연극회 출신들이 모인 목요 연극모임에서 출발했다. "기성 연극계에 반기를 들고 민중의 삶을 다루는 창작극만 만들겠다"는 선언이 출발점이었다. 전통연희의 현대화, 마당극과 서사극의 결합, 소설의 극화를 시도하며 독자적 공연 양식을 세웠다. 기획 단계부터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작품을 빚는 공동창작 방식도 정착시켰다. 그렇게 만들어진 '장산곶매'(1980), '나의 살던 고향은'(1984), '한씨연대기'(1985), '칠수와 만수'(1986) 등은 숱한 화제를 뿌리며 1980년대 극예술의 중심에 섰다.

 

한국 문화계를 이끄는 인물도 여럿 연우무대에서 배출됐다. 배우 문성근·양희경·김명곤, 학전을 세운 김민기, 극단 차이무를 이끈 이상우, 영화감독 박광수·여균동, 제작자 유인택, 연출가 임진택·김석만, 극작가 겸 연출가 김광림 등이 이곳을 거쳤다. 연우무대에 선 송강호를 눈여겨본 이창동 감독은 그를 영화 '초록물고기'(1997)에 캐스팅했고, '칠수와 만수'는 1988년 박광수 감독이 안성기·박중훈 주연으로 영화화했다. '날 보러와요'는 봉준호 감독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의 원작이 됐다.

 

지금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김윤석, ‘국민 엄마’로 각광받는 김미경, 뮤지컬 스타 박호산, 지난해 백상 여우조연상 염혜란 등도 모두 연우무대를 거친 배우다.

‘잔류시민’ 연습장면. 연우무대 제공
‘잔류시민’ 연습장면. 연우무대 제공

◆전위·실험·사회성

 

1976년 창단 연도를 그대로 이름으로 삼은 극단76. 현실 참여와 집단 창작을 토대로 한국 현대연극사에서 독보적 위치를 구축해왔다. 특히 1978년 '관객모독'을 국내 초연하며 언어극의 새 지평을 열었다.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 원작으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형식으로 초연 이래 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관객을 안전한 구경꾼의 자리에 두지 않는다. 객석을 향해 던지는 말들은 연극이 무엇인지, 관객은 무엇을 보고 있다고 믿는지 묻는다.

 

극단76을 이끈 건 기국서·기주봉 형제. 기국서가 1980년대에 선보인 '햄릿' 연작은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5·18 광주의 현실에 대입한 문제작으로 평가된다. 고전 텍스트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동시대의 정치적 현실을 무대로 끌어올린 이 연작은 1980년대 한국 연극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잔류시민'과 '리어의 역'

 

창단연도는 한 해 차이 나지만 두 극단 50주년 기념작은 같은 시기 서울 대학로에서 관객을 만난다. 연우무대 50주년 기념작은 '잔류시민'(∼14일, 대학로극장 쿼드, 이양구 작·안경모 연출). 1950년 한국전쟁기의 '부역자 재판'을 정면으로 다룬다. 서울이 약 석 달간 북한군 점령 아래 놓였다가 수복된 뒤 부역자로 지목된 시민들을 상대로 벌어진 재판이 무대 배경이다. 비상사태의 범죄 처벌을 명분으로 시행된 특별조치령에 따라 열린 이 재판은 법의 형식을 갖췄으나 실상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사법살인이었다. 연우무대 신작은 권력과 여론이 결합한 재판이 어떻게 법의 외피를 쓴 처형 도구로 변질되는지 추적한다. 국가폭력에 맞서 힘이 아닌 법의 합리성과 윤리를 지키려 한 판사의 고민을 가족과 이웃·직장 동료의 시선과 함께 보여준다.

 

극단76의 50주년은 낭독공연 5편과 기념공연 2편으로 채워진다. 첫 기념공연 '리어의 역'(∼7월 5일, 대학로 자유극장)은 셰익스피어 '리어왕'을 모티프로 삼은 메타극이다. 30년간 리어왕을 연기해온 노배우가 치매로 무대를 떠난 뒤 자신의 이름을 딴 극장 아래 공간에 유폐된 채 삶과 예술을 되돌아본다. 2016년 극단 창단 40주년과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초연한 작품으로, 인물과 구성 일부를 새로 다듬어 다시 올린다.

극단76 대표작인 '관객모독'도 다음달 8일부터 19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기국서 연출에 양동근·양지모가 협력연출로 참여하며 기주봉·정재진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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