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진 “얄팍한 정치꾼의 가짜 선동…부처 동원된 관권선거 의혹 역공”
사법 고발전 얼룩진 안갯속 ‘접전’…‘재건축 표심’이 성남 승패 가르나
길을 걷다 문득 바람의 냄새가 달라지는 곳이 있다. 좁다란 골목상권의 숨 가쁜 온기와 계획도시 분당의 거대한 빌딩 숲이 묘한 시차를 두고 공존하는 곳, 바로 경기 남부 최대의 승부처 성남시다.
6·3 지방선거 본투표를 단 하루 앞둔 2일, 여야의 마이크가 일제히 멈춰 서기 직전까지 분당선 야탑역 광장은 그야말로 거대한 용광로처럼 끓어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상징적 무게감 위에, 주민들의 전 재산이 걸린 ‘분당 재건축 공공기여금 폭탄 논란’이 뇌관으로 터지며 성남시장 선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병욱의 공세: “성남시 행정 오류로 1조 폭탄…원점 재산정해야”
분당구에서 재선 의원을 지내고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출격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는 선거 막판 ‘1조원 공공기여금 폭탄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현 시정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했다.
김 후보는 1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비용적률 산정 과정에서 성남시의 행정 오류로 주민들이 최대 1조원의 추가 부담을 떠안을 뻔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국토교통부의 시정 요구 공문과 특별정비계획 재점검 결과를 증거로 제시하며, “성남시의 무리한 기준 설계와 잘못된 행정 판단 탓에 양지마을, 시범단지 현대우성 등 선도지구 주민들이 가구당 수억원에 달하는 과도한 부담을 떠안을 뻔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시 담당 부서가 보완 용역에 착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지렛대 삼아 현직 시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동시에 “당선 즉시 ‘공공기여금 재산정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주민 분담금 시뮬레이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원점에서 재계산하겠다”며 분당 신도시의 표심을 흔들었다.
◆신상진의 배수진: “얄팍한 정치꾼의 선동…관권선거 의혹 심판해야”
반면 4선 의원의 관록과 현직 시장의 프리미엄을 쥔 국민의힘 신상진 후보는 여당의 공세를 “지방선거를 뒤흔들려는 악의적 정치 공작이자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신 후보 역시 즉각 반박 회견을 열고, 국토부 지침의 미비점을 가장 먼저 발견해 조정을 요구한 건 다름 아닌 성남시였다고 반박했다.
신 후보는 “선도지구의 공공기여금이 높게 산정된 것은 주민들이 사업성 확보를 위해 365% 수준의 높은 용적률을 희망했기 때문”이라며, 이미 지난 4월에 주민 이익에 맞춘 재산정 방침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국토부의 갑작스러운 시정 요구 배경을 두고 “민주당의 ‘임대주택 강제 건립 당론’을 숨기기 위해 중앙정부 부처까지 동원한 조직적 관권선거가 의심된다”고 역공을 폈다.
신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 야탑역 광장에 주진우 의원과 양향자 경기지사 후보와 함께 연단에 올랐다. 이어 안철수·김은혜 의원까지 총출동하며 야당의 화력을 결집해 “행정을 모르는 정치꾼에게 성남을 맡겨 대장동 세력이 활개 치던 어두운 과거로 후퇴하게 둘 수 없다”며 재산권 사수를 위한 지지층 결집에 사활을 걸었다.
◆고발전으로 얼룩진 맞대결…대도약 vs 시정 연속성
성남의 민심이 이토록 극단적인 대치 국면으로 치달은 건 두 후보의 경쟁구도가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양 진영의 공방은 결국 사법당국을 향한 고발전으로 번졌다.
신 후보 측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김 후보를 고발하자, 김 후보 측 역시 무고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맞고발을 감행했다. 여기에 전직 공무원과 시의원들까지 가세한 흑색선전 고소전이 꼬리를 물며 유권자들이 느끼는 피로감 역시 극에 달했다.
그 틈바구니에서 진보당 장지화 후보는 “양당의 거대 개발 공약은 결국 서민들의 독박 육아와 주거 불안을 심화시킨다”며 ‘선 이주단지 확보 후 재개발’이라는 공공 주도 주거 안전망 구축을 내세워 틈새 표심을 파고들었다.
수도권 전체 민심의 바로미터이자, 여야 지도부의 리더십 향방이 걸린 성남의 선택은 이제 온전히 시민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웃 도시와의 연대 속에서 ‘경제 수도’로 대도약하겠다는 김 후보의 실용주의와 높은 공약 이행률을 앞세워 명품 신도시 완수를 약속한 신 후보의 연속성이 대상이다.
20.96%라는 다소 가라앉은 경기도의 사전투표율을 뚫고, 분당의 빌딩 숲과 원도심의 골목길을 채운 숨은 부동층이 본투표에서 던질 준엄한 한 표가 성남의 미래 지도를 바꿀 도화선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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