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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그대로인데 양은 줄어…치킨업계 ‘슈링크플레이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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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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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을 주문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가격이다. 최근 가격 옆에 적힌 중량도 한 번 더 확인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조리 전 닭고기가 몇 g 들어가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특정내용과 무관. 클립아트코리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특정내용과 무관. 클립아트코리아

예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숫자였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양이 줄었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같은 메뉴라도 중량이 얼마인지 따져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오븐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치킨을 운영하는 지앤푸드는 닭다리살 순살과 윙봉, 통다리 메뉴의 운영 기준을 조정한다고 1일 밝혔다. 닭다리살 순살 메뉴의 조리 전 중량은 기존 800g에서 700g으로 줄어든다. 가격은 그대로다.

 

배경에는 계육 수급난이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올해 육계 사육·도축 물량 감소로 닭고기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KREI 4월 관측 보고서 기준 육계 산지가격은 1㎏당 평균 2700원 안팎으로 전년보다 약 19% 올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육용 종계 살처분 규모도 크게 늘었다. 치킨 프랜차이즈가 겪는 원가 부담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굽네 측은 가격 인상, 원료 변경, 운영 기준 조정 등을 검토한 끝에 중량 조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가격을 유지하면서 100% 국내산 닭다리살 사용 원칙과 품질 기준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양이 줄면 곧바로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으로 이어진다. 원가 부담이 커졌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돈을 내고 받는 양이 줄어든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교촌치킨이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9월 일부 순살 메뉴의 중량을 줄이고 원육 구성을 변경했다. 간장순살 등 3종은 700g에서 500g으로, 반반순살(레드+허니)은 600g에서 500g으로 줄였지만 가격은 유지했다. 기존 닭다리살 100% 구성도 안심살 혼합으로 바꿨다.

 

소비자 반발은 빠르게 확산됐다. 중량과 원육 구성 변경 사실이 주요 구매 채널인 배달앱에서 충분히 안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로 거론됐고, 결국 교촌은 논란이 된 메뉴의 중량과 원육 구성을 종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정부도 제도 마련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부터 ‘치킨 중량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상은 교촌치킨, BBQ, BHC, 굽네치킨 등 주요 10개 브랜드와 소속 가맹점 약 1만2560곳이다.

 

이에 따라 치킨 전문점은 메뉴판과 배달앱, 온라인 주문 페이지에 가격과 함께 조리 전 총중량을 표시해야 한다. 정부는 6월 30일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한 뒤 위반 사례에 대해 시정명령과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에 나설 방침이다.

 

중량 표시제 도입 이후 소비자는 가격뿐 아니라 중량까지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업체가 양을 줄이면 그 변화도 이전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치킨업계가 중량과 구성을 조정하는 근본 원인은 계육 수급 불안이다. 고병원성 AI 여파로 종계 살처분이 늘면서 병아리 입식과 도축 물량에 부담이 생겼다. 닭고기뿐 아니라 식용유와 포장재,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원가 압박도 커졌다.

 

부위별 수급 불균형 역시 업계 고민이다. 소비자 선호가 높은 닭다리살 수요는 꾸준하지만 공급은 제한적이다. 닭다리살 중심 순살 메뉴를 운영하는 브랜드일수록 원재료 확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체들의 대응 방식은 다르다. 교촌치킨은 논란이 된 순살 메뉴를 원상 복구했고, 일부 메뉴는 구성 변경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굽네는 가격 인상이나 수입산 전환 대신 중량 조정을 택했으나, 소비자가 변화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설명하는 방식을 병행했다.

 

원가가 오르면 업체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가격을 올리거나, 원료를 바꾸거나, 양을 줄여야 한다. 다만 소비자는 이제 치킨값만 보지 않는다. 같은 가격에 몇 g이 담겼는지, 어떤 부위가 사용됐는지, 변경 사실을 주문 전에 알 수 있었는지까지 함께 본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기에는 가격·중량·원료 가운데 일부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며 “소비자가 변화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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