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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 10조원 시대…유통업계, 이제 고객 따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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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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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마케팅이 광고를 한 번 띄우고 기다리는 방식에서, 고객의 움직임을 따라 반응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CJ올리브영 제공
CJ올리브영 제공

31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발표한 ‘2025년 방송통신광고비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온라인 광고비는 10조1011억원으로 전년보다 7.9% 늘었다. 같은 해 전체 방송통신광고비에서 온라인 광고가 차지한 비중은 59.0%였다.

 

광고 시장의 무게중심은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광고비가 커졌다고 해서 고객이 곧바로 구매 버튼을 누르는 것은 아니다. 유통업계가 최근 고객 데이터와 자동화 솔루션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이유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온라인쇼핑동향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2025년 12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조2904억원, 이 가운데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18조7991억원이었다.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쇼핑 비중은 77.4%에 달했다. 고객이 상품을 보고, 비교하고, 결제하는 과정 대부분이 손안의 화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CJ올리브영, 컬리 등 주요 유통 플랫폼은 고객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CRM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할인 행사나 기획전을 한꺼번에 알리는 방식이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고객이 어떤 상품을 봤는지, 장바구니에 무엇을 담았는지, 구매 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에 따라 메시지가 달라진다.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는 재방문 알림을 보내고, 재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는 맞춤형 혜택을 제안한다. 처음 들어온 고객, 한동안 구매가 끊긴 고객, 특정 브랜드를 반복해서 찾는 고객을 같은 방식으로 대하지 않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캠페인을 열고 반응을 기다리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고객 행동이 곧 다음 메시지의 출발점이 된다”며 “광고비를 많이 쓰는 것보다 어느 순간에 어떤 말을 건네느냐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 제휴 마케팅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글로벌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커졌지만, 운영 난도도 함께 높아졌다. 국가마다 주로 쓰는 플랫폼이 다르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다르다. 같은 팔로어수라도 실제 구매 전환이나 댓글 반응, 브랜드 적합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팔로어가 많거나 조회수가 높은 계정을 고르는 방식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국가별 타깃, 콘텐츠 톤, 과거 캠페인 성과를 함께 보는 방식으로 선별 기준이 옮겨가는 분위기다.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섭외, 제품 발송, 콘텐츠 업로드 확인, 성과 집계까지 담당자가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속도를 맞추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주요 브랜드를 중심으로 국가별 인플루언서 데이터를 활용한 매칭과 성과 관리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본다. K뷰티 수출이 확대될수록 현지 소비자와 맞닿아 있는 크리에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찾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숏폼 마케팅도 데이터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짧은 영상은 제작 속도가 빠르고 확산력도 크지만, 반응은 냉정하다. 첫 몇 초 안에 넘겨지는 영상과 끝까지 보는 영상이 갈린다. 조회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청 지속 시간, 저장 수, 댓글 반응, 링크 클릭, 구매 전환까지 함께 봐야 다음 콘텐츠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유통업계가 숏폼을 단순 홍보물이 아니라 실험 도구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상품 설명이 오래 붙잡는지, 어떤 썸네일에서 이탈이 줄어드는지, 어떤 인플루언서의 말투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지를 계속 확인한다.

 

한 번 터진 영상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 가능한 공식이다. 반응이 좋았던 문장, 장면 구성, 제품 사용 방식, 가격 제시 순서를 다음 콘텐츠에 바로 반영하는 식이다.

 

유통업계의 마케팅 경쟁축은 광고비 규모에서 데이터 운영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온라인 광고비는 이미 10조원대를 넘어섰고, 고객의 구매 여정은 모바일 안에서 더 촘촘해졌다. 이 환경에서는 광고를 많이 노출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고객이 어디서 멈췄는지, 무엇에 반응했는지, 언제 다시 말을 걸어야 하는지를 읽어야 한다.

 

CRM은 재방문을 붙잡고, 인플루언서 데이터는 브랜드에 맞는 사람을 찾고, 숏폼 반응 데이터는 다음 콘텐츠의 방향을 정한다. 각각 따로 움직이던 마케팅 활동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캠페인을 잘 만드는 회사보다 고객 반응을 빨리 읽고 바로 수정하는 회사가 유리해질 것”이라며 “유통 마케팅은 점점 더 운영 싸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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