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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보다 익숙한 맛…유통업계, 다시 꺼내 든 브랜드의 ‘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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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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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메뉴가 쏟아져도 소비자가 다시 찾는 맛은 따로 있다. 이름만 봐도 떠오르는 향, 오래 먹어온 조리법,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든 첫인상이다.

 

KFC 제공
KFC 제공

고물가가 길어지면서 이런 익숙함은 더 강한 무기가 되고 있다.

 

3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2025년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식품 주 구입자의 94.1%는 식품 장바구니 물가가 전년보다 올랐다고 인식했다.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소비자는 실패 가능성이 낮은 제품, 이미 검증된 브랜드, 익숙한 맛을 더 따져보게 된다.

 

최근 식품·외식업계가 브랜드의 오래된 자산을 다시 꺼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기존 정체성은 유지하되 먹는 방식, 제품 형태, 현지 취향을 바꿔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다.

 

KFC는 창업자 커넬 샌더스가 완성한 11가지 비밀 레시피를 브랜드의 핵심 자산으로 삼아왔다. 지난 26일 선보인 ‘오리지널 통다리’도 이 흐름 위에 있다.

 

신제품은 KFC의 대표 메뉴인 ‘오리지널 치킨’을 뼈 없는 통다리살 형태로 바꾼 제품이다. 오리지널 치킨 특유의 고소하고 짭짤한 풍미는 살리면서, 손에 들고 먹기 편한 순살 제품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뼈를 제거한 통다리살을 통째로 사용해 두툼한 식감을 강조했고, 함께 출시한 ‘빅 그레이비’는 기존보다 용량을 키워 찍어 먹는 경험을 넓혔다. KFC가 지켜온 맛의 출발점은 그대로 두고, 먹는 방식만 요즘 소비자에게 맞춘 셈이다.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홀튼은 시그니처 메뉴 ‘오리지널 아이스캡’을 한국식으로 비틀었다. ‘논-오리지널 아이스캡’은 이름부터 기존 메뉴를 의식한 제품이다.

 

색동 노리개에서 영감을 받은 비주얼에 팥, 쑥, 인절미 등 한국 전통 재료를 더했다. 오리지널 아이스캡이 가진 차가운 음료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빙수와 전통 디저트의 감각을 입힌 방식이다.

 

해외 브랜드가 현지 시장에 적응할 때 단순히 메뉴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 대표 메뉴를 현지 취향으로 다시 해석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삼양1963’을 선보이며 우지유탕 기술을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브랜드의 출발점과 연결된 조리 기술을 현재 제품 경쟁력으로 끌어낸 사례다.

 

지난 26일 출시한 ‘삼양1963 큰컵 우지파개장’은 이 우지유탕 기술에 한국식 파개장 스타일을 결합했다. 진한 국물 맛을 선호하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한식형 컵라면을 찾는 소비자 흐름을 겨냥했다.

 

라면 시장에서 매운맛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삼양식품은 ‘오래된 기술’과 ‘익숙한 한식 국물’을 결합해 다른 방향의 차별화를 시도한 셈이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는 시그니처 메뉴 ‘아메리치노’ 출시 11주년을 맞아 클래식 라인을 다시 선보였다. 아메리치노는 아메리카노에 크림 거품을 더한 메뉴로, 엔제리너스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 제품 중 하나다.

 

이번 재도입은 기존 제품의 부드러운 맛을 기억하는 고객 의견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살얼음 식감을 더한 ‘크러쉬’ 라인도 함께 운영해 기존 고객과 새로운 소비자 모두를 겨냥했다.

 

결국 최근의 헤리티지 전략은 과거 제품을 그대로 되살리는 방식과는 다르다. 브랜드가 가장 잘해온 맛, 소비자가 기억하는 메뉴, 오래 쌓아온 조리 방식을 지금의 취향에 맞게 다시 다듬는 쪽에 가깝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지갑을 열 때 새로움만 보는 시대는 지났다”며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브랜드가 오래 지켜온 맛과 품질, 그 안에서 달라진 경험을 함께 보여주는 제품이 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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