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진열대 앞에서 잼이나 초코 스프레드를 집었다가 다시 영양성분표를 들여다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맛은 그대로 즐기고 싶지만 당류 부담은 줄이고 싶다는 수요가 식품업계의 새로운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31일 질병관리청이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민의 총당 섭취량은 하루 평균 59.8g이었다. 총에너지 섭취량 중 당을 통한 에너지 비율이 20%를 넘는 ‘당 과잉 섭취자’ 비율도 16.9%로 집계됐다. 국민 6명 중 1명꼴이다.
식품업계가 ‘저당’ 제품군을 넓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예전에는 제로 음료나 다이어트 간식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소스·장류·빵·잼·스프레드처럼 매일 식탁에 오르는 품목으로 경쟁이 옮겨가고 있다.
대기업들은 먼저 소스와 장류에서 움직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저당 라인업 ‘슈가라이트’ 9종을 내놓고 저당 소스·장류 시장 공략에 나섰다. 드레싱, 굴소스, 양념장, 장류처럼 조리 과정에서 자주 쓰이는 제품의 당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이 인용한 닐슨IQ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헬스앤웰니스 속성을 지닌 드레싱과 소스 카테고리는 지난해 각각 전년 대비 약 40%, 300% 성장했다. 대체당 섭취 목적의 알룰로스 요리당 카테고리도 같은 기간 100% 이상 늘었다.
폰타나는 ‘제로슈거 드레싱’ 4종을 선보였다. 참깨, 오리엔탈, 시저, 사우전아일랜드 제품 모두 당류 0g을 앞세웠다. 오뚜기는 ‘라이트앤조이’ 저당 소스 2종을 출시하며 100g당 당류를 4g 이하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SPC삼립의 웰니스 브랜드 ‘피그인더가든’도 저당 소스·드레싱 12종을 내놨다. 케첩, 머스터드, 굴소스, 발사믹 드레싱, 참깨흑임자 드레싱 등 집에서 자주 쓰는 품목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샘표는 당류 0g의 ‘양조간장 제로’를 출시하며 저당 흐름이 장류까지 넓어졌음을 보여줬다.
저당 경쟁은 빵과 함께 먹는 잼·스프레드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잼과 초코 스프레드는 단맛이 강한 대표 품목이다. 그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맛을 유지하면서도 당류 부담을 낮춘 제품을 찾는 수요가 생기기 쉽다.
최근 제품들은 설탕을 줄이는 대신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같은 대체 감미료를 활용하거나 과일·견과 원물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단맛만 앞세우는 대신 고소함, 산미, 카카오 풍미를 살려 ‘덜 달아도 먹을 만한 맛’을 만드는 쪽으로 개발 방향이 바뀌는 분위기다.
SPC삼립은 식빵류에서도 저당·고단백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일반 식빵 상위 품목보다 당류를 낮추고 단백질 함량을 높인 제품을 내놓으며 아침 식사와 간식 수요를 겨냥했다.
중소 브랜드들도 견과 스프레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산 원료, 무첨가, 무가당, 100% 견과 함량 등을 앞세운 제품들이 온라인몰과 건강식품 소비층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국내산 땅콩 가공 브랜드 옳곡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 옳곡은 최근 헤이즐넛 43%와 카카오를 배합한 ‘헤이즐넛 초코 스프레드’를 출시했다. 당 함량을 낮추고 인공색소와 방부제를 넣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운 제품이다.
기존 초코 스프레드가 강한 단맛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면, 옳곡은 견과 함량과 카카오 풍미를 앞세워 ‘진한 맛’과 ‘저당 이미지’를 동시에 잡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땅콩버터 제품으로 쌓아온 견과 가공 브랜드 이미지를 초코 스프레드로 넓히는 시도이기도 하다.
업계가 보는 핵심은 소비자가 단맛을 완전히 끊으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빵도 먹고, 소스도 찍고, 아이스크림도 먹되 당류와 칼로리를 조금이라도 낮춘 선택지를 찾는 쪽에 가깝다.
롯데웰푸드는 돼지바, 밀크쉐이크, 위즐 등 기존 인기 제품을 저당 버전으로 선보였다. 저당 월드콘 바닐라와 티코 밀크초코 2종은 출시 80일 만에 약 200만개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의 식물성 디저트 ‘얼티브 모나카’, GS25의 저당 요거트바 등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물론 ‘저당’이 곧바로 ‘무제한 섭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당류를 줄였더라도 제품에 따라 열량, 지방, 포화지방, 나트륨 함량은 다를 수 있다. 소비자가 실제로 확인해야 할 것은 포장 앞면의 ‘저당’ 문구만이 아닌 전체 영양성분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저당 제품은 이제 특정 소비층만 찾는 상품이 아니라 일상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며 “맛은 유지하면서도 부담은 줄인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관련 시장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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