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진료 환자 2024년 122만3254명 기록
엎드린 자세·고개 숙인 습관, 급성 녹내장 위험↑
“불 끄고 딱 10분만 봤는데…”
밤 11시를 넘기자 집 안은 조용해졌다. 잠자리에 누운 직장인 김모(45) 씨는 잠이 오지 않아 스마트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 해외 증시를 한 번 확인하고, 단체대화방에 쌓인 메시지를 훑어본 뒤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영상까지 재생했다. 잠깐 본다는 생각이었지만, 어느새 10분 넘게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불은 진작 꺼뒀다. 옆에서 자는 가족이 깰까 봐 화면 밝기만 낮춘 채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 김 씨에게는 잠들기 전 잠깐의 휴식이지만, 눈은 쉬지 못한다.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녹내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20년 96만7554명에서 2024년 122만3254명으로 늘었다. 2020년 대비 약 26% 증가한 수치다.
젊은 층도 예외는 아니다. 20~30대 녹내장 진료 환자는 같은 기간 10만4348명에서 11만8106명으로 증가했다. 녹내장을 더 이상 노년층 질환으로만 보기 어려워진 셈이다.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녹내장이 생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 화면을 오래 보는 습관, 고개를 숙인 자세, 수면 부족이 겹치면 눈에는 불리한 조건이 쌓인다. 특히 안압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더 조심해야 한다.
◆어두운 방에서 커지는 동공, 좁아지는 배출 통로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눈은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동공을 넓힌다. 이때 가까운 스마트폰 화면을 오래 바라보면 초점을 맞추는 과정까지 더해져 눈 안 구조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전방각이 좁은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전방각은 눈 속 액체인 방수(房水)가 빠져나가는 통로다. 이 길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방수가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고, 눈 안 압력인 안압이 오를 수 있다.
국내 연구에서도 어두운 환경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안압이 올라가는 현상이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20~30대 성인 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저조도 환경에서 스마트폰을 15분 사용했을 때 평균 안압은 사용 전보다 약 25% 상승했다. 25분 뒤에도 상승 상태가 이어졌다. 사용을 멈춘 뒤에는 다시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걸로 “10~20분만 봐도 시야를 잃는다”고 말할 순 없다. 대상도 건강한 젊은 성인 39명뿐이라 한계가 있다. 그래도 어두운 데서 폰을 오래 보면 안압이 출렁일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녹내장 위험군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할 습관이다.
◆엎드려 보는 자세, 눈에는 더 나쁘다
문제는 화면만이 아니다. 자세도 눈에 영향을 준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볼 때 사람들은 대개 옆으로 눕거나 엎드린다. 고개를 숙이고 팔꿈치로 몸을 버틴 채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는 자세도 흔하다.
안압은 보통 10~21mmHg 범위를 정상으로 본다. 그러나 안압은 하루 중 시간대, 자세, 개인의 눈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엎드리거나 고개를 깊게 숙인 자세는 눈 안 압력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갑자기 막히면서 안압이 빠르게 오르는 질환이다. 눈이 심하게 아프고, 머리가 깨질 듯 아프거나,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날 수 있다. 눈이 충혈되고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단순 피로나 안구건조로 넘겨서는 안 된다. 어두운 곳에서 오래 있다가 두통과 안구 통증, 시야 흐림이 함께 나타난다면 바로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녹내장이 무서운 건 ‘늦게 알기’ 때문이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질환이다. 시신경은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뇌로 보내는 통로다. 한 번 손상되면 현재 의학으로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
더 까다로운 점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야 한가운데가 갑자기 흐려지는 방식이 아닌 주변부 시야부터 천천히 좁아지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볼 때는 큰 불편을 못 느끼다가, 계단을 내려가거나 운전할 때 옆쪽 사물이 늦게 보이는 식으로 뒤늦게 알아차리기도 한다.
시력이 ‘1.0’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다. 녹내장은 단순 시력검사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안압 검사와 함께 시신경 검사, 시야검사 등을 함께 봐야 한다.
한 안과 전문의는 “녹내장은 환자가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시야 손상이 진행된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가족력, 고도근시, 당뇨병, 고혈압이 있거나 40대 이후라면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못 놓겠다면?…조명부터 켜야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당장 끊기는 쉽지 않다. 업무 메시지를 확인해야 할 때도 있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습관처럼 굳어진 사람도 많다.
눈 건강을 위해서는 어두운 방에서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는 습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면 작은 조명을 켜고, 화면 밝기를 주변 밝기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좋다. 화면을 얼굴 가까이 두고 보는 습관도 눈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엎드린 자세나 옆으로 누운 자세로 오래 보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침대에 들어간 뒤에는 사용 시간을 짧게 정하고, 가능하면 기기를 머리맡이 아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는 방법도 현실적이다.
눈이 충혈되고 침침한데 두통, 안구 통증, 메스꺼움까지 동반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자고 나면 괜찮아질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급성 녹내장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최소한 주변 조명을 켜고, 고개를 과하게 숙이거나 엎드린 자세는 피하는 것이 좋다”며 “눈 뻐근함, 두통, 시야 흐림이 반복된다면 안과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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