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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물 다시 쓴다…석포제련소, 폐수 무방류 5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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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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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석포면, 낙동강 상류를 끼고 선 제련소 안쪽에서는 매일 수천㎥의 공정수가 설비를 거쳐 다시 공장으로 돌아간다. 한때 밖으로 내보내던 물을 끓이고, 모으고, 걸러 다시 쓰는 방식이다.

 

영풍 제공
영풍 제공    

29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폐수배출업소는 5만7188개소, 하루 폐수발생량은 509만7000㎥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실제 방류되는 폐수도 하루 384만3000㎥ 규모다. 산업 현장에서 물을 어떻게 쓰고 다시 처리하느냐가 환경 관리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배경이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도입한 폐수 무방류 시스템(Z.L.D·Zero Liquid Discharge)이 오는 5월 30일 가동 5주년을 맞는다. 영풍에 따르면 석포제련소는 2021년 5월 30일부터 ZLD를 본격 가동해 현재까지 공정 사용수를 외부로 방류하지 않고 전량 재처리해 다시 쓰고 있다.

 

ZLD는 제련 공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정수 처리한 뒤 고온으로 증발시키고, 이때 나온 수증기를 다시 물로 회수하는 순환형 수처리 설비다. 폐수를 ‘처리해 내보내는 물’이 아니라 ‘다시 쓰는 자원’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계의 수처리 전환 사례로 꼽힌다.

 

석포제련소 ZLD에는 약 460억원이 투입됐다. 2021년 1차 투자로 309억원을 들여 증발농축기 3대와 결정화기 1대를 설치했고, 2023년에는 154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증발농축기와 결정화기를 각각 1대씩 늘렸다.

 

핵심 설비는 증발농축기와 결정화기다. 증발농축기는 정수 과정을 거친 공정수를 100℃ 이상으로 끓여 수증기를 회수하고, 결정화기는 남은 불순물을 고형화해 처리한다. 이렇게 회수한 물은 다시 공정용수로 사용된다.

 

현재 시설의 하루 최대 처리 용량은 4000㎥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하루 평균 2000~2500㎥의 공정 사용수를 처리해 재이용하고 있다. 영풍은 이를 통해 연간 약 88만㎥의 하천수 취수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이 설비가 단순한 폐수처리 시설을 넘어 공장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꾼 장치로 받아들여진다. 물을 쓰고 버리는 구조에서, 쓰고 다시 돌려보내는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질 지표에서도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2026년 2월 기준 석포제련소 하류 국가측정망 주요 지점에서는 카드뮴·시안·납·비소·구리 등 주요 중금속 항목이 검출한계 미만으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대기질도 공개 측정망 기준으로 법적 기준 범위 안에서 관리되고 있다. 석포면사무소 측정소는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 측정소로 운영되고 있으며, 황산화물·이산화질소·미세먼지 등 주요 항목을 측정한다.

 

석포제련소는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사업장이다. 1970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들어선 이후 50년 넘게 아연 제련을 이어왔고, 현재 임직원과 협력업체·공사업체 인력을 포함해 약 1000명이 상시 근무하고 있다.

 

동시에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환경 관리 책임도 무겁다. 과거 수질·토양 오염 논란을 겪은 만큼, 설비 투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간 안정적인 운영과 외부 검증이다.

 

최근 제련소 인근 낙동강 하천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수달 서식이 꾸준히 포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환경개선 투자가 수질과 생태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제조업 현장에서는 폐수를 기준치 이하로 처리해 방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물 자체를 다시 공정 안에서 순환시키려는 흐름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2차전지·정밀화학처럼 공업용수 사용량이 많은 산업단지에서는 ZLD 같은 무방류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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