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 문득 내가 죽어 누웠는데
그 옆에서 나는 나의 주검을 간질이며 즐거워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꿈에서 깨어 나를 바라보았으나
조금도 슬프거나 낯설지 않았다
드디어 나는 이렇게 뱀처럼 허물을 벗거나
사생존망을 넘어서는구나 하고는
어느덧 여기에 이른 나의 공부를
자다 말고 자찬했다
아침에 이 일을 아내에게 말했더니
커피를 진하게 한잔 마시라고 한다
어느 여자가 남편의 잠꼬대 같은 소리를 곧이듣겠으며
혹은 누가 있어 이 꿈의 열반을
제 일처럼 기뻐해주겠는가
나는 할 수 없이 이 소식을 한 편의 시로 적어
세상에 던지기로 하는데……
-시집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창비) 수록
●이상국
△1946년 양양 출생. 1976년 ‘심상’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집 ‘동해별곡’, ‘집은 아직 따뜻하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등 발표. 백석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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