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홍보 게시물이 5·18민주화운동 계엄군 투입과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며 사태가 법적 공방과 대규모 소비자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146개 시민단체가 스타벅스 기프티콘 환불과 앱 탈퇴를 내걸며 전면 불매운동을 선언데 이어, 5·18 관련 단체들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5·18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 5·18 단체, 정용진 회장 등 3명 5·18특별법 위반 고소
5·18기념재단과 공법 3단체(부상자회, 공로자회, 유족회)는 28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 마케팅 담당자 등 3명에 대한 고소장을 광주 서부경찰서에 제출했다. 적용된 혐의는 5·18특별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모욕이다.
이들 단체는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46주년 당일인 지난 18일에 게재한 ‘탱크데이’ 텀블러 홍보 게시물을 문제 삼았다. 해당 게시물에 포함된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 등의 문구가 1980년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의 탱크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해명을 뚜렷하게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현행 5·18특별법은 5·18민주화운동을 부정, 왜곡, 비방하거나 유공자와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상업적 목적으로 쓰인 해당 문구가 처벌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5·18 단체는 지난 26일 진행된 정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윤남식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장은 “사과를 명목으로 일종의 옹호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그룹 총수의 진정한 사과가 이뤄질 때까지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윤 회장은 “신세계 측이 5·18 단체에 지속해서 면담을 요구하는 등 연락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로비 행위와 다름없다”며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 유공자 및 유족 별도 고소…압수수색과 출국금지 요청도
이날 공법 단체들의 고소에 앞서 다른 5·18 유공자와 유족들도 광주 남부경찰서에 5·18특별법 위반과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정 회장을 고소했다. 이들은 고소장 접수와 함께 신세계그룹에 대한 압수수색 및 정 회장의 출국금지도 강도 높게 요청했다.
광주 서부경찰서와 남부경찰서 두 곳에 별도로 고소장이 접수됨에 따라, 향후 사건 병합 여부와 관할 경찰서 지정이 수사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기소 여부는 광주지검이 최종 판단하게 된다.
◆ 146개 시민단체, 스타벅스 전면 불매운동 전국화 선언
오프라인에서의 소비자 반발도 본격화됐다. 전날인 27일 서울 광화문 스타벅스 매장 앞에서는 전국민중행동 등 전국 146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벅스 불매운동 전국화’를 공식 선언했다.
시민단체들은 기프티콘 환불과 스타벅스 앱 집단 탈퇴 등 실질적인 소비자 행동을 예고했다. 김학규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는 “정 회장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하면서도 결국 우발적 실수였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훼손한 데 대한 명확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스타벅스는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을 가벼운 소비 거리로 전락시켰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죽음을 기업의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남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서울지부장 역시 “전국의 시민사회와 연대해 스타벅스 전면 불매운동에 돌입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용진 회장 대국민 사과…신세계 측 “고의성 입증 어려워”
이번 논란에 대해 정 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다. 그는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많은 분께서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끼셨다는 사실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을 일일이 언급하며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여러분 마음에 상처를 드린 것은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으며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회장 퇴장 직후 진행된 신세계그룹 진상 조사 발표에서는 다소 결이 다른 해명이 나왔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해당 직원과 임원진이 고의성을 갖고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 부사장은 “해당 임직원 3명이 사생활을 이유로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해 회사 차원의 조사에 법적, 절차적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실무자의 과실 여부를 넘어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의 사회적, 역사적 민감성 부재와 리스크 관리 체계의 결함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신세계 측은 향후 경찰 조사에서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해당 임직원을 즉각 해고하고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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