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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의 초현실적 꿈 닮은 와인 향기에 빠져볼까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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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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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 와인페어 30~31일 메이필드 호텔서

달리 세계관 ‘The Wines of Gala’ 테마

스페인 문화·와인 집중 조명

16개 수입사 200여종 와인 선보여

 

디오니소스 와인페어. 최현태 기자
디오니소스 와인페어. 최현태 기자

어느덧 5월의 막바지. 라일락 향기 희미해지자 장미가 피어오르고, 해는 점점 길어져 오후 7시가 넘어야 겨우 하늘이 붉게 물드니 계절은 이제 초여름을 향해 달려갑니다. 어둠이 내리면 귓불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 그 바람이 전해주는 깊은 와인의 향기. 그리고 밤 하늘에 울려퍼지는 신나는 공연까지. 붉은 노을 닮은 와인 한잔이 선사하는 잊지 못할 낭만 만나러 디오니소스 와인페어로 달려갑니다.

 

디소니소스 와인페어. 메이필드 호텔 제공
디소니소스 와인페어. 메이필드 호텔 제공

◆달리의 갈라처럼, 와인도 예술이 된다

 

매년 봄·가을 서울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펼쳐지는 와인축제 제23회 디오니소스 와인페어가 5월 30일과 31일 이틀동안 850평 규모의 야외 정원 벨타워 가든에서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올해 디오니소스 와인페어의 테마는 ‘더 와인즈 오브 갈라(The Wines of Gala)‘입니다. 갈라는 20세기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 아내이자 영감의 원천인 뮤즈로 유명합니다. 녹아내리는 시계, 뒤틀린 공간,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그의 그림처럼 이번 와인페어도 단순한 시음 행사를 넘어 하나의 감각적인 예술 경험으로 설계됐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수입사 16개가 200여종의 와인을 선보입니다. 수입사는 장성글로벌, 올빈와인, 와이브라더스, 롯데와인, 비나로마, 베리타스, PNS, The Vin CSR, 비노에이치, 플라토, 신동와인, 연일와인, 유어와인즈, 뱅베, 뱅가드와인머천트, 어벤져스입니다. ’와린이‘부터 와인 마니아까지 자유롭게 시음하고 대폭 활인된 착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디오니소스 와인페어 푸드 코너. 최현태 기자
디오니소스 와인페어 푸드 코너. 최현태 기자
디오니소드 와인페어 2025년 가을 메뉴. 최현태 기자
디오니소드 와인페어 2025년 가을 메뉴. 최현태 기자

특히 이번 행사는 주한 스페인 대사관 경제상무부 ICEX와의 협업 스페인 와인과 미식의 페어링을 선보입니다.

 

메이필드호텔 셰프가 직접 준비한 Gala 시그니처 메뉴는 ▲감바스 알 아히요와 하우스 브레드 ▲수비드 이베리코 스테이크, 치미추리 소스 & 구운 채소 ▲깔라마리와 스틱 채소로 구성되며 이 메뉴들은 스페인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아 와인 페어링의 묘미를 한껏 끌어올려 줍니다. 감바스의 마늘 향과 화이트 와인, 이베리코 스테이크와 리오하 레드 와인의 조합은 상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도네요.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달궈줄 라이브 퍼포먼스도 빠지지 않습니다. 감각적인 음악과 공연이 어우러져 초여름 밤의 낭만을 완성하고, 현장 이벤트도 풍성합니다. 럭키드로우 경품 추첨, 드레스코드 ’바이올렛‘에 맞춰 가장 멋지게 차려입은 분을 선정하는 베스트 드레서 이벤트도 진행됩니다. 그러니 보랏빛으로 곱게 꾸미고 가면 뜻밖의 행운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BMW 공식 딜러 바바리안 모터스와 협업한 ’픽업 & 샌딩 서비스‘도 마련돼, 자택에서 행사장까지 프리미엄 의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1인 입장권은 4만5000원(시음 전용)이며, 2인·3인 테이블 티켓 구매 시 테이블과 시그니처 메뉴 3종이 제공됩니다. 행사 시간은 오후 5시~10시이며 노을 지는 시간에 맞춰 들어서면 더욱 드라마틱한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구트 오가우 와인. 뱅베 제공
구트 오가우 와인. 뱅베 제공

◆이 와인은 꼭 마셔보세요

 

▶구트 오가우 테오도라(Gut Oggau Theodora)/뱅베 수입

 

오스트리아 부르겐란트(Burgenland)에서 탄생한 이 와인, 레이블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단순히 포도 품종과 빈티지를 적어 넣는 여느 와인과 달리, 구트 오가우의 병에는 사람의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에두아르트 체페(Eduard Tscheppe)와 스테파니(Stephanie) 부부가 2007년 네우시들러제 호숫가 오가우 마을에 설립한 이 와이너리는 와인을 하나의 살아있는 인격체로 바라봅니다. 어린이, 부모, 조부모로 이어지는 가상의 가계도를 설정하고, 각각의 와인에 고유한 성격과 얼굴을 부여합니다. 테오도라(Theodora)는 그 가계도에서 가장 어리고 장난기 넘치는 자녀 세대를 대표하니 이름부터 이미 매우 활기가 넘칩니다. 와이너리는 데메테르(Demeter) 인증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포도를 키웁니다. 화학 물질은 일절 쓰지 않고, 자연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삼는 철학이 고스란히 병 속에 녹아 있습니다.

 

에두아르트 체페와 스테파니(Stephanie) 부부. 홈페이지
에두아르트 체페와 스테파니(Stephanie) 부부. 홈페이지

테오도라 2021은 그뤼너 벨트리너(Grüner Veltliner)와 벨쉬리슬링(Welschriesling)을 필드 블렌드한 내추럴 화이트 와인입니다. 살짝 탁한 레몬 옐로우 빛깔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잔에 코를 가져다 대면 신선한 청사과, 귤 껍질, 자몽, 백도, 파인애플 향이 왁자지껄하게 쏟아져 나오고 이스트, 젖은 돌 미네랄, 화이트 페퍼의 쌉싸름한 힌트가 차곡차곡 레이어드됩니다. 마시면 가볍고 경쾌한 바디에 침샘을 확 깨워주는 청량한 산도가 매력적이고, 짭조름한 미네랄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이산화황(SO2)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정통 내추럴 와인이니, 오픈 후 큰 잔에 넉넉히 따라 온도가 살짝 오를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갓 따랐을 때보다 훨씬 풍성한 향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마리아 앤 셉 무스터 에르데. 뱅베 제공
마리아 앤 셉 무스터 에르데. 뱅베 제공

▶마리아 앤 셉 무스터 에르데(Maria & Sepp Muster Erde)/뱅베 수입

 

독일어로 ‘흙(Erde)’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와인도 병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유리병이 아닙니다. 빛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토기·진흙 병에 담겨 있습니다. 마치 고대 유물을 발굴해낸 듯한 그 외관에서 이미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오스트리아 남부 스타이어마크(Südsteiermark), 슬로베니아 국경 코앞에 자리한 무스터 부부의 와이너리는 2000년부터 데메테르 인증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셉 무스터는 이탈리아 프리울리의 전설적인 오렌지 와인 생산자 요스코 그라브너(Josko Gravner)에게 깊이 영향을 받아 껍질을 길게 침출하는 화이트 와인에 몰두했고, 그 정점이 바로 이 에르데입니다. 레이블의 추상화는 세상을 떠난 예술가 친구가 대지, 하늘, 포도를 형상화해 그린 작품이라고 하니, 잔을 들기 전부터 이미 하나의 예술 작품과 마주하는 셈입니다.

 

셉 무스터 에르데. 뱅베 제공
셉 무스터 에르데. 뱅베 제공

소비뇽 블랑과 모리용(Morillon, 샤르도네의 현지 이름)을 블렌딩해 껍질과 함께 장장 9~12개월 스킨 컨택을 거친 후 다시 20개월 오크 숙성. 총 30개월 가까이 와이너리에서 숙성을 거친 와인이니 그 깊이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진한 호박빛 오렌지 색상부터 범상치 않고, 향은 말린 오렌지 껍질, 꿀, 생강, 자스민, 아몬드, 동양적인 향신료가 복잡하게 얽혀 꼭 향 박물관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입니다. 화이트 와인이지만 입안에서는 레드 와인 못지않은 촘촘한 타닌과 구조감이 느껴지고, 망고·허브의 길고 강렬한 피니시가 인상적입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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