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의 한 여성은 늦은 나이에 만난 남성과 만혼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식을 올리기 전 신랑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신랑의 영정 사진을 들고 혼자서라도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그를 위해 웨딩 업체가 아이디어를 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결혼 영상을 만들면 어떨까.’
둘이 함께 찍은 동영상은 딱 하나뿐. 화질도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상관 없었다. AI 기술은 웨딩드레스를 차려 입은 신부 옆에서 신랑이 혼인 서약을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만들어냈다. 마치 신랑의 생전 모습을 다시 보는 듯했다. 이 영상이 흐르자 식장은 눈물 바다가 됐다고 한다.
AI 추모서비스 ‘소울링크’를 만든 한국 스타트업 제이엘스탠다드 측이 27일 도쿄에서 열린 ‘2026 한·일 비즈니스 플라자’에서 소개한 사례다. 제이엘스탠다드 등 42개 한국 AI 기업들은 이날 산업통상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연 행사 중 ‘AI 협력 포럼·전시 상담회’를 통해 일본 미즈호·소프트뱅크 같은 대기업과 7개 지방자치단체, 벤처캐피탈 등과 1대1 수출 투자 상담, 기술 시연 등을 하고 일본 시장 진출 확대를 모색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노인 돌봄, 종활(終活·죽음을 준비하는 활동), 고인과의 추억 공유 등에 AI 기술을 활용한 한국 기업들 제품에 대한 일본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의 20% 이상)에 진입했는데, 일본보다 앞선 한국의 AI 기술이 다양한 쓰임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스타트업 효돌이 자사의 AI와 로보틱스 기술을 반영해 만든 돌봄 로봇 ‘효돌이’가 그런 경우다. 현장에서 만난 효돌 관계자는 “효돌이가 어르신과 대화를 하는 것은 물론, 식사나 건강 관리 등을 챙긴다. 어르신 움직임이 없을 땐 보호자한테 바로 푸시 알림이 간다”며 “일본 내 저희 고객 중 85%가 지자체인데, 복지사 1명이 여러 명의 어르신들을 돌보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울링크는 노인의 종활, 장례, 추모까지 모두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관에서 찍은 듯한 영정 사진을 순식간에 만들거나, 자녀·친지들이 고인 AI와 추억을 공유하고 간단한 채팅·전화통화도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자신의 장례 절차는 물론 연명치료 여부, 재산 상속 문제, 가족·친구들에게 남기는 말 등을 담은 ‘엔딩 노트(ending note)’나 ‘종활 노트’를 기록하는 노인이 적지 않은데, 고인이 생전 남긴 음성, 사진 등을 활용해 엔딩 노트를 영상이나 책자 형태로 만들 수 있다. 가업을 물려받은 자식을 위한 경영 조언이나 자신만의 요리 레시피를 영상으로 남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제이엘스탠다드 부스에서 만난 관계자는 “일본 장례업체들은 물론 고령자 고객이 많은 통신사·보험사 등이 우리와 계약을 맺고 소울링크를 부가적 서비스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AI 기술은 한국이 일본보다 앞서기 때문에 자국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요구하는 일본 고객들에게 바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AI 전시·상담회에서는 6건의 기술협력 성과를 거뒀다고 코트라는 전했다. 이밖에 로봇·전력 분야 1대1 매칭 상담회에서는 한국 기업 33곳이 도쿄전력 등 일본 대기업 및 벤더 90여개사와 일본 제조 공급망 진입을 위한 상담을 진행, 총 3건(41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또 반도체 투자유치 기업설명회(IR)를 통해 현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100여개사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 활동을 벌였다.
박용민 코트라 일본지역본부장은 “오늘날 세계 경제는 산업 구조가 AI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반도체 관련 기술 및 소부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 한국과 일본은 다시 한번 손을 맞잡고 각자의 장점을 살려 협력하고 발전해야 한다. 일본 기업들이 더 많은 비즈니스 협력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아낌 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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