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식사 습관이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아침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지 않는 경우 우울 증상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태혜진 평생건강증진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채정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정동장애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을 통해 공개했다.
연구진은 국민건강영양조사(2014~2022년) 자료를 활용해 국내 성인 2만1568명의 식사 습관과 정신건강 상태를 분석, 참가자들의 우울 증상을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환자건강설문지(PHQ-9)’를 통해 평가했다. 이후 연령과 소득, 교육 수준, 흡연·음주 여부, 운동 습관, 기저질환 등 다양한 변수들을 보정해 식사 패턴과 우울 증상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는 사람은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사람보다 우울 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약 1.5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참가자 가운데 5.2%(1131명)는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우울 증상을 보였는데, 이들 집단은 불규칙한 식사 빈도와 아침 결식 비율이 모두 높았다.
특히 아침을 자주 거르는 사람일수록 불규칙한 식사와 우울 증상 사이의 연관성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아침 식사가 세로토닌과 코르티솔 등 감정과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호르몬 분비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로토닌은 기분 안정과 행복감 유지에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며,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반응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식사의 다양성 역시 중요한 변수였다. 연구팀은 곡류·채소·과일·육류·두류·견과류·유제품 등 여러 식품군의 섭취 정도를 분석했는데, 다양한 식품군을 골고루 섭취하는 사람은 불규칙 식사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반대로 식단이 단조로운 경우 우울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불규칙한 식사가 장내 미생물 환경 변화와 생체리듬 교란, 수면 질 저하 등을 유발해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흡연자나 밤 늦게 식사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이런 연관성이 더욱 뚜렷하게 관찰됐다고 덧붙였다.
태 교수는 “무엇을 먹느냐 뿐 아니라 얼마나 규칙적으로 먹느냐 역시 정신건강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확인한 연구”라며 “규칙적인 식사와 아침 결식 예방, 다양한 식품군 섭취는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우울증 예방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특정 시점의 상태를 분석한 관찰 연구인 만큼, 불규칙한 식사가 직접적으로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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