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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년→10만년…길어진 지구 빙하기 ‘기후 미스터리’ 원인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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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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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운명을 뒤바꾼 '10만 년 주기 빙하기'의 미스터리가 국내 연구진의 주도로 풀렸다.

 

과거 4만년이던 빙하기 주기가 10만년으로 훌쩍 길어지며 더욱 혹독해진 결정적 원인이 90만 년 전 북극에 뚫린 거대한 바닷길 때문이라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플라이스토세 중기 기후 전환기(MPT) 전후 북극해 해수 순환 변화 모식도. 경상국립대 제공
플라이스토세 중기 기후 전환기(MPT) 전후 북극해 해수 순환 변화 모식도. 경상국립대 제공

경상국립대는 장광철 자연과학대학 지질과학과 교수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약 125만년에서 70만년 전 사이에 발생한 플라이스토세 중기 기후 전환기(MPT)의 촉발 원인을 북극해 해수 순환 변화에서 찾아냈다고 27일 밝혔다.

 

지구는 주기적으로 따뜻한 간빙기와 추운 빙하기를 오간다. 본래 이 주기는 지구의 자전축 궤도 변화에 따라 약 4만년을 주기로 반복됐다.

 

그러나 약 100만년 전을 기점으로 지구가 갑자기 10만년 주기의 길고 강력한 빙하기 체제로 돌입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플라이스토세 중기 기후 전환기라 부르며, 우주적 관점의 궤도 변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 거대한 기후 변화의 원인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매달려 왔다.

 

장광철 경상국립대 자연과학대학 지질과학과 교수
장광철 경상국립대 자연과학대학 지질과학과 교수

장 교수팀은 지구의 ‘타임캡슐’이라 불리는 북극해 깊은 바다 밑바닥 퇴적물에서 그 해답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2008년 독일의 쇄빙연구선 폴라스턴호가 서북극해 해저에서 시추해 낸 진흙 퇴적물 기둥을 샅샅이 분석했다.

 

바닷물마다 서로 다른 화학적 지문을 남기는 네오디뮴 동위원소 분석 기법을 활용해 무려 200만년 동안의 고대 바닷물 흐름을 추적해 낸 것이다.

 

이 분석 결과 약 90만년 전 현재의 러시아 북부 바렌츠해 일대를 가로막고 있던 높은 지형이 거대한 빙하에 깎여나가며 해저 통로가 새로 열린 사실이 확인됐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자 대서양의 따뜻한 바닷물이 북극해로 밀려 들어왔고, 반대로 차갑고 염분이 낮은 민물에 가까운 북극의 바닷물은 대서양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이 거대한 물길의 변화는 지구 전체의 온도를 조절하는 ‘보일러’ 시스템인 대서양 역전 순환 해류에 타격을 입혔다.

 

무겁고 짠 바닷물이 가라앉으며 컨베이어 벨트처럼 전 지구를 돌아야 하는데, 차갑고 싱거운 북극 해수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이 순환 벨트가 둔해진 것이다.

 

결국 적도의 열기가 북반구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서 지구가 더 깊고 긴 빙하기의 늪에 빠지게 됐다는 게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이번 연구는 북극해의 해류 유출이 지구 기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바꾼 방아쇠였음을 증명한 최초의 지질학적 증거라는 점에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민국학술원 정회원인 우경식 전 강원대 교수와 남승일 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을 비롯해 독일, 스웨덴, 일본 등 다국적 연구진이 머리를 맞대 성과의 깊이를 더했다.

 

장광철 교수는 “북극해 해류 변화가 빙하기 주기 전환의 핵심 요인이었음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증거”라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현재 빠르게 진행 중인 북극 해빙 감소 현상이 미래 인류의 기후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데에도 핵심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 계열의 지구과학 국제학술지인 커뮤니케이션스 어스 앤드 인바이런먼트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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