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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세계속으로] 유럽의 품으로 돌아온 헝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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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반 장기 집권에도 선거로 정권 교체 성공
의사당 앞 유럽기 세워 정권 방향성 명확히 해

2026년 봄은 헝가리가 유럽의 무대에 다시 오른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주인공은 4월12일 총선에서 의회 3분의 2를 넘는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둔 머저르 페테르 신임 총리다. 그는 오르반 빅토르 정권이 12년 전 제거했던 부다페스트 의사당 앞 유럽기를 다시 세우도록 했고, ‘유럽의 날’인 5월9일 총리 취임식을 거행함으로써 새 정권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표명했다.

실제 오르반의 헝가리는 지난 16년 동안 ‘유럽연합(EU)의 탕아(蕩兒)’였다. 자유 민주주의가 가입 조건이자 정체성인 EU에서 ‘비자유적’(illiberal) 민주주의라는 왜곡된 형식의 체제를 굳혀 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민주주의란 선거를 통해 정권의 정통성을 정기적으로 확인한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의 푸틴 정권도 민주적이다.

그러나 개인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며, 다양한 수단을 통해 야당을 탄압한다는 점에서 비자유적이라고 불린다. 무엇보다 사법제도의 개혁과 인사권을 통해 자유주의의 핵심인 법치 국가를 야금야금 무너뜨려 형식적 민주주의의 탈을 쓴 실질적 독재로 만드는 수법이다.

오르반의 장기 집권에도 불구하고 헝가리가 선거를 통해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유럽을 넘어 자유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세계인에게 기쁜 소식이다. 머저르 총리는 첫 번째 외국 방문으로 폴란드를 택했다. 헝가리처럼 폴란드도 비자유적 성향의 법과 정의당이 8년 집권한 이후 2023년 자유주의 세력이 정권을 되찾은 국가라는 점에서 역사 동질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선택이었다.

머저르 정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200억유로 규모의 EU 지원금을 되찾아오는 일이다. 유럽은 헝가리에서 법치주의 후퇴의 제재 일환으로 지원금 지급을 유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원금은 헝가리 국내총생산의 10%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지난 주말 머저르가 브뤼셀로 달려간 이유다.

또 다른 급선무는 부패 척결이다. 오르반은 16년을 통치하면서 가족과 친구 중심의 철저한 부패 체제를 구성했다. 게다가 헝가리는 동유럽에서도 가장 ‘부드럽게’ 공산주의로부터 이행을 성공한 나라인데, 그 때문에 공산체제 시기의 부패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국가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가장 뜨거운 열망이 반부패라는 점을 보더라도 공정하고 깨끗한 나라 만들기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새 정부의 장기적인 목표는 상징적으로 되찾은 자유주의를 정립하고 공고히 지켜내는 일이다. 머저르는 개헌을 통해 총리의 임기를 2회로 제한하여 오르반의 복귀를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오르반 정부를 상징하는 대통령,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검찰총장 등에게 이번 달 말까지 사임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정부, 공공기관, 공기업, 언론, 대학, 연구소 등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오르반의 추종 세력을 처리하는 골치 아픈 과제를 안고 있다.

올봄 헝가리 총선의 ‘오르반 정권 살리기’에 러시아 여론 조작팀이 파견되어 활동했고, 미국의 J D 밴스 부통령도 여당의 선거 운동원처럼 뛰었으나 결과는 오르반의 참담한 패배였다. 유럽 선거에서는 적어도 푸틴의 지원과 트럼프의 응원이 플러스 요인이 아니라 짐이 되었다는 다행스러운 결과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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