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본 듯한 영화가 가장 위험해…
봉준호와 인연은 칸 조식에서 시작”
칸에서 만난 영국 배우 틸다 스윈턴(65)은 영화의 본질을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모험”이라고 정의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영화가 살아남는 이유는 결국 인간이 만드는 혼란과 실험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스윈턴은 21일(현지시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부뉴엘 극장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자신의 영화 인생과 함께해온 감독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가운데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은 칸 영화제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보고 칸에서 먼저 호텔 조식 자리를 제안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봉 감독이 “다음 프로젝트에는 어울리는 역할이 없다”고 했지만, 몇 주 뒤 “각본에 ‘메이슨 장관’이라는 인물이 있기는 하지만 정장을 입은 온화한 남성”이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스윈턴은 “저에게 맡기세요”라고 답했다. ‘설국열차’의 악명 높은 메이슨 장관 캐릭터가 탄생한 비화다. 그는 “다음 주 서울에서 봉 감독을 만날 예정”이라고도 했다.
그는 1985년 첫 장편 영화 ‘카라바조’를 함께한 영국 감독 데릭 저먼에 대해서도 회고했다. 1994년 자먼이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커다란 상실감을 느꼈고 새로운 작업 파트너를 찾았으며, 그 과정에서 봉 감독을 만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를 연출한 짐 자무시에 대해서는 “뮤지션 같은 본능으로 촬영장을 움직이는 감독”이라고 표현했다.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90대 노인 ‘마담 D.’를 연기한 일을 언급하며 실제 노배우를 캐스팅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앤더슨이 고집을 꺾지 않았다는 일화도 전했다. 샐리 포터의 ‘올란도’에 대해서는 “단순히 남자가 여자로 변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고정되지 않음’ 자체에 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당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에 황금종려상을 주자는 의견을 밀어붙였다고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또 영화와 AI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영화 제작자들이 예측 가능한 공식에 안주할 경우에만 AI가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우리가 만드는 것이 공식적이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관객을 지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AI에게는 기회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그런 것들을 계속 만들어진다면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관객이 다음에 무엇이 올지 알 수 없고, 그 경험 자체를 즐기게 하는 지저분하고(messy) 모험적인 경험들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화관에 가기 위해 이동하고, 표를 사고, 식사까지 한 관객이 이미 네 번쯤 본 것 같은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의 좌절감을 생각해보라”며 “바로 그것이 경계해야 할 지점”이라고 했다.
스윈턴은 영화가 텔레비전, 비디오, 스트리밍 도래로 여러 차례 종말 위기를 지나왔지만, 위험을 감수하려는 사람들의 손에 남아 있는 한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는 인간의 산업입니다. 인간이 영화를 만드는 거죠.”
스윈턴은 현재는 태국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신작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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