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명·탄소중립 동시에 이뤄져
現 송전망·전력 체계로 감당 불가
전력구매 시장 중심으로 바꿔야”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넘어 로봇·자율주행·스마트공장 등 ‘피지컬AI’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인공지능(AI) 선도국들이 전력 인프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AI 경쟁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국가 전략 자산이 된 AI데이터센터가 지역 사회 전력을 대량으로 빨아들이는 ‘전기 블랙홀’로 떠오르면서 AI발 전력 수요 급증은 전력망 부담과 수급 불안, 전기료 상승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은 전력 확보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며 전력망 투자와 시장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은 낡은 전력시장 체계에 묶여 있어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세계에너지포럼’에서는 전력 수요 폭발이라는 전대미문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학계·산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AI 혁명과 탄소중립(GX)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25년째 같은 틀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전력시장과 송전망 체계로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전력 시스템 전면 개편을 주문했다.
조홍종(사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지난 13년간 전 세계적으로 AI 시스템 학습에 투입된 연산량(컴퓨팅 파워)이 3억5000만배 증가했다”며 “AI 산업이 커질수록 전력 수요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전에는 뛰어난 알고리즘과 인재가 AI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지금은 막대한 전력을 끊임없이 공급하면서 초대형 GPU(그래픽처리장치) 클러스터를 24시간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는 ‘물리적 자본력’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됐다”며 “AI 산업이 커질수록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AI데이터센터는 초고밀도 집적으로 인해 일반 데이터센터 대비 5~10배 높은 전력을 요구하는데, 1초만 정전돼도 수조원을 투입한 AI 모델 학습 데이터가 증발할 수 있다.
조 교수는 “AI데이터센터는 100분의 1초 단위까지 전력 안정성을 관리해야 할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하다”며 “단 한순간도 전력이 끊기지 않는 24시간 무정전 체계와 함께 비상 상황에 대비한 대규모 백업 전력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력 폭증 리스크를 맞이한 주요 강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 기업들이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하며 AI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있는 미국은 전력망 용량 시장 가격이 무려 833% 폭등하자 ‘긴급 전력 경매’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빅테크 기업에 15년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입찰을 강제하며 신규 발전소 건설 비용을 기업이 대신 지불하도록 했다.
풍력·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린 중국에선 밤이나 무풍 시 발전이 불가능한 ‘간헐성’ 문제로 전력 수급 불안이 반복돼 왔다. 중국 정부는 이에 초고압직류송전(HVDC) 확대와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양수발전,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등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력 대응 체계 구축에 뒤처져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잠정안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40년 42.1TWh로 현재(8.2TWh)보다 5배 수준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수요 급증에도 발전 설비 확충과 송전망 건설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인허가 지연, 투자 부족 등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주제발표에서 “AI 확산과 탄소 중립으로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국내 전력시장은 여전히 25년 전 중앙집중형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현재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의 CBP(발전 변동비 반영) 체제로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ESS 같은 새로운 자원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협력업체들에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공급 물량 자체가 부족하다”며 “공급 확대와 함께 기업들이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PPA 시장 중심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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