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더 이상 남한을 ‘통일의 상대’로 여기지 않고 있다.
2023년 1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가 더는 “동족 관계, 동질관계”가 아니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굳어졌다고 밝혔다. 남한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도 했다. 남한을 화해와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적대 국가로 규정한 ‘적대적 두 국가론’의 시작이다.
최고지도자의 발언은 제도화로 이어졌다.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두 국가론을 헌법과 사회 담론에 반영하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가 나왔다. 그는 헌법에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명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 등 기존 북한이 써 왔던 통일 표현도 삭제하라고 주문했다. 북한의 교육, 문화, 생활 영역에서도 ‘삼천리금수강산’, ‘8000만 겨레’ 등 표현을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같은 회의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기존 남북 교류·협력·통일 관련 대남 조직도 정리했다. 우리 통일부는 같은 해 말 북한이 대남 기구를 대부분 폐지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적대적 두 국가 기조는 더욱 공고화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한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한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핵보유국 지위도 재확인했다. 다만 관련 내용이 헌법에 실제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적대적 두 국가론이 말로만 남지 않고 대남정책의 기본 전제로 굳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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